자동차전문 리서치회사 컨슈머인사이트가 최근 발표한 ‘2015 자동차 연례 기획조사’ 결과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현황과 소비자들의 인식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자동차업체들의 판매(SSI), A/S(CSI), 품질(TGW), 제품만족도(TGR), 품질 스트레스(QSI), 회사 종합 만족도(OSI)를 조사한 이 자료에는 매년 10만명 이상이 참여한다. 자동차업체들의 품질과 서비스 개선을 유도하고 소비자들의 바른 선택을 위한 정보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2015 기획 조사는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거나 2년 이내에 새 차를 구매할 의향이 있는 10만5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컨슈머인사이트는 그동안 부문별 점수를 토대로 국산, 유럽, 일본과 미국 등 원산지별 상표를 따로 구분해 순위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원산지를 구분하지 않고 각 브랜드가 얻은 점수를 토대로 종합 순위를 매겼다. 국산차와 수입차를 나누지 않고 부문별 순위를 매겨 보면, 일반적으로 유럽차의 품질이 좋다는 인식과는 달리 일본 브랜드의 위상이 매우 견고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국산차 업체들이 어느 한 부문에서 1위를 했다고는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아직 많은 점에서 수입차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드러난다.
● ‘판매서비스 만족도’ 일본 브랜드가 압도적
신차를 구매한 지 1년 이내인 소비자들에게 영업소와 영업사원, 차량 인도 과정, 판매 후 고객 관리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하는 판매 서비스 만족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브랜드는 토요타다.
이는 영업소를 방문한 소비자를 각 브랜드가 어떻게 응대하고 계약을 끌어내는지에 대한 조사다. 영업사원의 차량에 대한 지식과 친절도는 물론이고 브랜드에서 어떤 상태로 차량을 전달하고 사후 관리를 했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다.
국가별로 나눠 평가한 결과를 보면 일본은 평균 771점을 받아 한국(752점), 유럽(751점), 미국(744점)보다 월등한 만족도를 기록했다. 브랜드별로 보면 렉서스가 토요타에 이어 808점을 받아 전체 2위의 만족도를 기록했다. 3위를 기록한 메르세데스 벤츠가 799점을 받았고, 국산차 중에서는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이 770점을 받았다. 반면 혼다와 닛산은 산업평균 이하의 점수를 받아 대조를 보였다.
● ‘A/S 만족도’ 국산차 약진, 일본차 견고
지난 1년간 자동차 회사의 직영 서비스 센터와 직영 또는 협력 정비소를 이용한 적이 있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A/S 만족도 조사에서는 수입차 전체의 점수가 낮아진 가운데 미국차들이 개선 폭이 두드러졌다. 수입차 전체 만족도는 1000점 만점에 지난해보다 3점 낮아진 770점으로 제자리 수준에 머물렀다. 판매량 대비 뚜렷한 A/S망 확대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차는 721점에서 25점 상승한 746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미국차의 만족도는 여전히 최하위 수준이다.
A/S 만족도가 가장 높은 것은 역시 일본차다. 지난해 817점에서 2점이 낮아진 815점을 받았다. 하지만 국산차 평균 792점과 비교하면 상당한 격차를 보이며 견고함을 유지했다. 일본차 중 A/S 만족도가 가장 높은 브랜드는 혼다(831점)다. 2위 토요타(822점)와 3위 렉서스(812점)를 앞질렀다. A/S 만족도 1위를 차지했다며 기념 이벤트를 벌이고 있는 한국지엠은 819점을 받았다.
A/S 만족도에서 주목할 점은 독일차들의 점수가 대부분 산업 평균치 아래라는 것이다. 볼보와 벤츠가 각각 798점, 797점을 받아 산업 평균점수인 790점을 겨우 넘겼을 뿐, 나머지 독일차들은 점수가 가장 낮은 국산차보다 못한 점수를 받았다.
● ‘초기품질’, 국산차 ‘심각한’ 수준
6개월 이내에 신차를 구매하고 불만 사례가 생긴 건수로 평가하는 초기품질에서는 국산차가 상당히 부진했다.
100대 당 평균 체험 문제점 수를 비교하는 초기 품질 평가에서 국산차는 현대차(136점)를 제외하고 모두 산업 평균치를 초과했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적정 표본 60사례 이상인 브랜드가 국산 5개, 수입 4개에 그쳐 일본차와 미국차는 이번 조사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BMW가 86점으로 이번 조사가 진행된 9개 브랜드 가운데 가장 좋은 점수를 차지했다.
반면 새 차를 구매한 지 1년 이내의 문제점수를 조사한 결과는 딴 판으로 나타난다. 사례 부족으로 6개월 이내 품질 불만 사례가 집계되지 않았던 렉서스가 85점으로 전체 조사 브랜드 가운데 1위를 차지했고, 토요타는 95점으로 2위를 차지했다. 조사 대상 브랜드 중에서는 차를 구매하고 1년 동안 무려 100대당 276건의 불만이 발생한 사례도 있었다. 조사 결과 초기품질은 국가별 특성보다는 브랜드별 상품성이 좌우했다. 이 가운데 토요타와 렉서스가 타 브랜드를 월등하게 압도하고 있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 ‘내구품질’, 일본차와 국산차 PPH 130점 차이
구매 후 3년이 지난 소비자가 경험한 내구품질 문제점 수는 국산차와 수입차 그리고 각 브랜드가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그러나 수입차와 국산차의 격차는 크게 좁혀지지 않고 있고 이번 조사에서 표본 부족으로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일본차들의 내구품질이 유럽차 이상으로 우수하다는 것이 컨슈머인사이트의 설명이다.
내구품질이 가장 우수한 브랜드는 100대당 품질불만 건수(PPH) 206건을 기록한 독일 BMW로 조사됐다. 2위는 216건의 메르세데스 벤츠, 3위는 233건의 아우디가 각각 차지했는데, 이는 345점으로 국산차 가운데 1위를 차지한 르노삼성과 100PPH 이상이나 차이가 나는 것이다.
● ‘제품만족도’ 렉서스 1위, 국산차 산업평균치 이하
새 차를 구매한 지 1년 이내의 소비자들이 자신들이 선택한 제품에 대해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는지를 조사한 결과,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브랜드는 렉서스다. 1000점 만점에 678점을 받은 렉서스는 2위 포드(662점)를 16점 이상 여유 있게 따돌렸다. 3위는 메르세데스 벤츠(656점)가 차지했다. 이번 제품만족도 조사 결과의 특징은 국산차 5개 업체 모두가 산업평균치(594점) 이하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가장 높은 만족도를 기록한 현대차가 593점에 불과했다. 새 차를 사고도 불만이 많다는 것은 재구매를 꺼리게 하고 수입차 등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큰 만큼 국산차의 개선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한편, 유럽차의 품질만족도가 하락하고 있고, 미국과 일본차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사항이다.
● ‘품질 스트레스’, 미국·유럽차 악화
새 차 구매 후 1년 이내 소비자들이 자동차 때문에 겪는 불편, 불안, 손실, 분노 등 4개 분야 스트레스 건수를 지수화한 품질 스트레스 평가에서는 미국과 유럽차들의 지수가 크게 상승했다. 차를 사고 열 받는 일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차는 2014년 324건(차량 100대당 스트레스 경험수)에서 올해 289건으로 많이 줄어든 반면 유럽차는 254에서 272, 미국차는 315에서 348로 상승했다. 워낙 낮은 품질 스트레스를 유지해왔던 일본차는 198에서 202로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토요타는 101로 여전히 국내 전체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 현저하게 낮은 품질 스트레스로 1위를 차지했다. 렉서스는 186으로 뒤를 이었다. 토요타가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은 미국차 평균 348과 비교하면 쉽게 이해가 간다. 토요타 소비자들이 차에 대한 불만과 스트레스가 적고 후회할 일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 ‘회사만족도’, 렉서스와 토요타 부동의 1위
회사에 대한 신뢰도는 자신이 구매한 차량 만족도와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좌우한다. 영업, 마케팅, 서비스, 품질까지 전 부문에 대한 종합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서 렉서스는 총 803점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토요타는 800점을 받아 2위를 차지해 토요타와 렉서스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만족도와 신뢰가 크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국산차들이 평균 686점을 받았고, 메르세데스 벤츠가 가장 높은 760점을 받은 가운데 유럽차들이 평균 724점, 일본차 전체 평균이 766점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토요타와 렉서스에 대한 시장과 소비자들의 신뢰는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제품의 완성도는 물론 기업의 사회공헌활동과 고객과의 소통을 위한 노력들이 모두 반영된 결과인 만큼 가장 눈여겨봐야 할 순위다. 미국차(703점)들은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