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발효 후 ‘해외 직구’ 급팽창…가장 선호하는 제품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9일 17시 16분


최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타결 및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국회비준을 앞두고 자유무역의 이해득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주로 수출 및 국내 주요 산업에 대한 영향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전문가들은 FTA를 활용한 ‘영리한’ 개별 소비자들이 늘면서 소비 행태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분석한다.

19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6월 25~59세 13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FTA를 통해서 제품 품질이 좋아질 것’(47.5%) ‘가격이 하락할 것’(32.7%)이라는 답변이 ‘품질이 나빠질 것’(6.1%), ‘가격이 오를 것’(20.9%)이라는 응답보다 크게 높았다.

특히 FTA가 속속 체결되면서 한국 소비자 가운데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외국 상품을 직접 구매하는 이른바 ‘해외 직구족’이 급증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한미FTA가 발효되기 전인 2009년 220만 건이던 해외 직구를 통한 수입 규모가 2013년에는 2165만 건으로 늘었다. 연평균 증가율은 60% 가량이나 된다. 해외 직구를 통한 수입 금액도 2009년 911억원에서 2013년 5881억원으로 연평균 48%씩 증가했다. 국가별로는 미국, 독일, 중국 제품을 가장 많이 구입했고, 품목별로는 비타민 같은 건강기능식품이나 곡물, 텔레비전을 가장 선호했다.

해외에서 물품을 사게 되면 관세와 부가세 등을 내야 하지만 FTA를 통해 협정세율을 적용하게 되면서 8% 안팎의 관세가 면제되자 소비가 급증했다는 게 관세청 등의 분석이다. 정보가 많이 공개되면서 해외 물품에 대해 갖고 있던 막연한 불안감이 사라졌고, 가격 인하 효과를 직접 체감할 수 있게 된 것이 해외 직구가 급팽창하는 이유로 분석된다.

식탁도 풍성해졌다. 김연성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2012년 한미 FTA 발효 전후 소비자들의 식탁물가에 대해 조사한 결과 과일, 일반채소, 곡물의 전반적인 수입단가가 하락해 수입농산물의 소비가 7.7~151%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FTA를 통해 다양한 해외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국내 기업들에 더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아야 한다는 압력으로 작용해 국내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황윤섭 경희대 무역학과 교수는 “소비자 주권이 강화되면서 글로벌 차원에서 지속 가능한 소비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며 “소비의 선택권이 유통업체에서 소비자로 옮겨 가고 있기 때문에 업계도 이런 상황 변화를 읽고 경쟁력 높이기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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