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銀 경쟁에 못 낀 은행들 “온라인영업 강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0일 03시 00분


“인터넷 전문은행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일단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인터넷 뱅킹 서비스부터 강화해 고객을 지켜야겠죠.”(신한은행 관계자)

금융당국이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 인가 심사에 돌입한 가운데 은행권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은행 지점망이 발달한 한국에서는 인터넷 전문은행이 ‘찻잔 속에 태풍’이 될 것이라며 느긋해하던 은행권은 정부가 인터넷 전문은행에 큰 힘을 실어주면서 ‘긴장 모드’에 돌입했다. 1차 예비인가 경쟁 컨소시엄에는 이름을 올린 KB국민·IBK기업·우리은행뿐만 아니라 컨소시엄에서 빠진 신한·KEB하나·농협은행 등도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핀테크 업체와 손을 잡고 새로운 서비스를 모색하는가 하면 인터넷 뱅킹 업그레이드에 나서는 등 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 긴장하는 은행권

금융위원회가 6월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방안을 발표했을 때까지만 해도 은행권에서는 시큰둥한 반응이 적지 않았다. 사업성이 검증되지 않은 데다 금융당국이 인터넷 전문은행 최대주주로 은행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것에도 불만이 높았다. 하지만 카카오, SK텔레콤, KT 등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인가 경쟁에 뛰어들고 금융당국이 금융개혁 과제로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을 밀어붙이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금융권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컨소시엄에 ‘발’이라도 들여놓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막판에 다수 은행이 경쟁적으로 컨소시엄 참여를 타진했지만 결국 국민, 기업, 우리은행만이 컨소시엄 주주에 포함됐다.

1일 예비인가 신청서를 접수시킨 이 은행들은 이제 홍보전에 돌입했다. 각자 자신이 참여한 컨소시엄의 강점을 내세우며 심사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모양새다. 우리은행은 인터넷 전문은행 시범사업 모델인 ‘위비뱅크’와 관련한 캐릭터를 제작하는 등 위비뱅크 띄우기에 한창이다. 국민은행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활용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강조하고 있으며, 인터파크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노하우를 활용해 중금리 대출 영역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홍보하고 나섰다. 컨소시엄별로 프레젠테이션 등 본격적인 심사 준비도 숨 가쁘게 이어지고 있다.

컨소시엄에 끼지 못한 나머지 은행들은 일단 인터넷 전문은행 대신 인터넷 뱅킹에 올인(다걸기)하고 있다. 내년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 전에 그 못지않은 인터넷 뱅킹 서비스를 갖춰 놓아야 고객 기반을 지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카카오 컨소시엄 참여를 저울질하다 국민은행에 자리를 넘겨준 신한은행은 핀테크 기업과 적극적으로 손을 맞잡고 나섰다. 최근 P2P대출 플랫폼 ‘어니스트펀드’를 운영하는 핀테크 스타트업 비모와 전략적 제휴도 체결했다. 비모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신용평가모델과 심리분석 신용평가시스템을 보유한 업체다. 신한은 비모와의 제휴를 통해 모바일 대출 신용평가시스템을 개선한다는 목표다.

KEB하나은행은 ICT 기업이나 유통업계에서 쓰이던 포인트 개념을 금융권에 처음으로 도입한 ‘하나멤버스’를 내놓으며 고객 지키기에 나섰다. 인터넷 전문은행 컨소시엄들이 주주회사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통합 포인트’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한발 먼저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NH농협은행은 올해 12월 사이버지점 형태의 비대면 전문 상담 시스템인 ‘스마트금융센터’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 1차 예비인가 심사 추이에 촉각

주요 은행들은 내년에 진행될 2차 예비인가 참여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1, 2곳에 예비인가를 내준 뒤 금산분리를 완화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중 2차 예비인가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19일 기자들과 만나 “향후 은행법이 개정되면 다시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할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도 “외환은행과의 통합 때문에 올해 인터넷 전문은행 참여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며 “1차 예비인가 심사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1차 인가 심사에서 사업자 몇 곳을 선정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차에 2곳이나 3곳에 인가를 내준다면 2차 예비인가의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아마 2, 3곳이 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시장에서는 당초 사업자 1, 2곳을 선정한다던 금융당국이 금융개혁의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사업자 수를 늘리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인터넷#은행#온라인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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