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허리 부상으로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포기했던 이상원 KBM(코리아 베이스볼 매니지먼트) 대표(26)는 무작정 첫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민망해했다. 부모에게 빌린 200만 원으로 서울 홍익대 앞의 클럽을 빌린 그는 파티 사업을 벌이기 위해 무조건 “2000명 정도는 모을 수 있다”며 큰소리를 친 것이다. 그는 서너 곳의 주류도매업체에서 퇴짜를 맞으면서도 후불결제를 전제로 맥주도 3000여 병 주문했다. 잘나가는 인터넷쇼핑몰 업체에는 “손님이 많이 오는 파티에서 패션쇼를 개최하게 해줄 테니 광고비를 달라”고 큰소리쳤다.
한 달 동안 혼자 고군분투했던 그는 파티 당일 2만 원짜리 입장권을 사서 들어온 1700여 명을 모았다. 비용을 제외하고도 3000만 원이 넘는 이익이 났다. 부모에게 빌린 돈의 2배인 400만 원을 갚았다. 그는 “10여 년 동안 야구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던 제가 처음으로 창업에 눈을 뜬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 부상 야구 선수에서 사업가로
지난해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창업지원금으로 3500만 원을 받으면서 사업성을 인정받은 KBM은 이 대표가 수차례의 성공과 실패를 겪은 후 2014년 창업한 회사다. 이 회사는 리틀야구 선수들의 훈련 일정을 관리해 주면서 정보기술(IT)을 이용해 선수의 훈련도 체계적으로 돕고 있다.
KBM이 지난해 말에 내놓은 ‘매닛’ 앱은 전국의 리틀야구 선수들을 대상으로 개발됐다. 이 대표 본인의 경험을 살려 리틀야구 선수나 학부모, 코치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기능을 앱에 담았다. 운동시간에 맞춰 훈련에 참석하는지, 기록은 향상되고 있는지를 선수 개인별로 모두 기록해 부모와 코칭스태프가 정보를 공유한다. 전국에 리틀야구단이 있는 164개 초등학교 중에서 70개 초등학교가 KBM이 개발한 앱을 사용한다.
여기에 IT를 적용해 코치들이 선수 개인별로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모션캠 기능도 담았다. 이 기능은 선수의 투타 자세를 동영상으로 단순히 찍고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초당 30프레임의 단위로 나눠 선수의 자세를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게 해준다. 또 코치들은 동영상을 보면서 조언을 녹음하고 직접 펜 기능을 이용해 손동작 하나하나를 지적할 수 있다. 이 기능을 통해 선수들은 자신의 기록과 자세를 분석해 코칭스태프와 논의하거나 자발적으로 연구해 스스로 훈련하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 대표는 “저처럼 야구를 하다가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포기하거나 프로로 진출하지 못하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며 “전직 야구 선수들이 할 수 있고, 돈 때문에 개인 트레이너에게 지속적으로 관리받지 못하는 어린 선수에게도 필요한 사업을 고민하다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업 연계
KBM은 올 3월에 사회인 야구인들을 위해 경기 구리와 광주에 각각 ‘스킬 트레이닝센터’를 열었다. 얼핏 보면 기존의 야구연습장과 다르지 않지만 이곳에는 프로 출신의 야구코치 등이 상주하면서 IT를 활용해 야구 기술을 가르쳐 준다. 스킬 트레이닝센터는 이 회사가 개발한 모션캠을 활용한 코칭을 진행한다. 연습장을 찾아온 사회인 야구인들의 동작을 꼼꼼히 동영상으로 촬영해 코치들이 피드백을 해주는 것이다. 또 움직임을 촬영할 수 있는 액션캠을 설치해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이를 토대로 코칭을 하는 새로운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 대표는 앞으로 동영상 코칭 서비스를 더욱 강화해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야구 선수뿐 아니라 일반인도 스마트폰에서 앱을 내려받아 동영상을 촬영해 보내면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또 커브볼이나 너클볼과 같은 특정한 기술을 배우고 싶은 이들을 위해 전직 프로 선수들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서비스도 개발 중이다.
이 대표는 “우리의 사업모델은 야구뿐 아니라 축구, 골프 등 자세 교정이 필요한 운동에는 모두 적용할 수 있다”며 “2017년까지 매출 50억 원 이상의 사업으로 키워 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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