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옛 하나은행)에서 지점장까지 지낸 뒤 지난해 7월 퇴직한 김치정 씨는 퇴직 후 노후생활 고민이 깊어졌다. 수입은 없는데 여가생활로 지출이 늘어나다 보니 노후자금이 급속도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38년간 은행에 몸담았는데, 이런 노하우를 살릴 만한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더군요. 현역 때와 똑같은 열정과 체력이 있는데도, 생산자가 아니라 사회에 부담이 되는 존재가 됐다고 생각하니 자괴감도 들었습니다.”
그는 올해 여름 하나금융그룹 희망금융플라자에서 상담사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면서 활력을 되찾았다. 하나금융그룹이 서민들에게 일대일 맞춤형 재무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운영 중인 희망금융플라자에는 김 씨와 같은 KEB하나은행 퇴직 지점장 10명이 재취업해 일하고 있다. 희망금융플라자는 채무가 있는 저신용자의 고금리대출 등 부채상담을 비롯해 고객별 상황에 맞는 각종 서민금융지원제도를 안내하고 개인회생, 파산 상담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곳으로 전국에 13개 영업점이 운영 중이다. 하나금융그룹은 희망금융플라자를 비롯해 다양한 조직을 통해 퇴직자들의 재취업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김 씨는 “지점장 할 때와 비교하면 급여가 적지만 노후생활에 도움이 되고, 서민상담을 하다 보니 검소한 생활태도를 갖게 돼 지출도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서민상담 업무를 통해 사회에 기여한다는 보람을 느끼게 된 것이 가장 기쁘다. 그는 “지인들에게 나를 ‘공익 브로커’라고 농담하며 소개하곤 한다”며 “평생 일하며 쌓아온 재능으로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하나저축은행에도 전직 KEB하나은행 지점장 출신 직원 6명이 퇴직 후 자리를 옮겨 지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준호 지점장은 KEB하나은행에서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아 근무하다 2012년 저축은행으로 다시 채용됐다. 이 지점장은 “은행에서 쌓은 리테일 영업 노하우 등을 저축은행에 전수하고, 은행과 저축은행의 협업을 위한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출범한 하나생명의 독립법인대리점(GA)인 ‘하나FnA’는 하나금융그룹의 퇴직자들이 100% 출자한 법인이다. 현재 하나은행 출신 퇴직 직원 100여 명이 근무 중이다. 금융권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이들이 모인 만큼 전문성이 남다르다.
하나금융그룹 관계자는 “퇴직자들의 재취업을 늘리는 데만 머무르지 않고, 이들의 전문성을 활용해 수준 높은 금융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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