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스포츠는 최근 허리까지 내려오는 짧은 패딩점퍼 ‘주노’를 이번 시즌 주력 상품으로 내놓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처음 출시하며 판매가를 46만 원으로 책정했지만 올해는 디자인을 일부 수정해서 39만5000원에 내놓았다. 새로운 디자인을 추가해 신제품 가격을 올리는 대신, 오히려 출시 당시에 있던 후드를 없애 단가를 낮추고 보급형으로 출시했다. 물량도 배 이상 늘렸다.
지난해 이 회사에서 내놨던 주력 제품들과 비교해 보면 가격대 변화는 한층 뚜렷해진다. 눈과 비에 강한 기능성 소재를 넣어 만든 ‘벤텀’(64만 원), 최고급 유럽산 구스다운을 사용한 ‘헤스티아’(49만5000원) 등 작년만 해도 주로 고가의 기능성 제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런 전문가형 제품의 비중은 올해 절반 이하로 줄었다.
‘등골브레이커’(등골을 휘게 할 만큼 비싼 상품)란 별칭으로 불릴 만큼 값비싼 다운재킷을 경쟁적으로 선보였던 아웃도어 업체들이 최근 가격 거품 빼기에 나서고 있다.
다운의 계절을 앞두고 주요 업체들이 공개하고 있는 주력 제품 가격대를 보면 밀레의 ‘에글리스 다운’(35만9000원), 블랙야크 ‘아이스엣지’(39만7000원), 아이더 ‘제리미 다운재킷’(33만 원) 등 30만 원대 제품이 주를 이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입 소재를 곳곳에 넣은 프리미엄 제품 비중이 줄어들다 보니 가격대가 지난해보다 대략 10% 이상은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웃도어 업체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최고급 헝가리 구스다운이나 수입 소재를 쓴 고급 다운재킷을 전면에 내세웠다. 고산지대에서 필드테스트까지 마친 고기능성 헤비다운인 K2의 ‘라르티스’(78만9000원) 등 기능성을 강조한 전문가급 제품이 많았다.
하지만 아웃도어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변화가 필요해졌다. 고가 패딩 붐의 효시 격이던 ‘노스페이스’의 영원아웃도어는 올해 1, 2분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29%, 31% 감소했다. 특히 2분기에는 영업이익이 적자를 냈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 한계가 뚜렷해지고 있어서 주요 업체의 향후 실적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웃도어 업체들이 자구책으로 들고 나온 것은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이다. 특정 연령대나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폭넓은 계층에서 제품이 소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업체들은 값비싼 수입 소재 대신 자체 개발한 국산 소재를 활용하거나 디자인을 단순화해 야외 활동 때만이 아니라 도심 출퇴근용으로도 부담 없이 입을 수 있게끔 했다. 전략 제품 물량을 조절해 가격을 낮추기도 했다.
삼성패션연구소 나인경 선임연구원은 “상위 브랜드들이 전년보다 매출 목표치를 내려잡았을 정도로 현재 아웃도어 시장은 과포화 상태”라며 “기능성 겨울 아우터에만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라인을 최대한 세분해서 판매 범위를 넓혀 가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나 연구원은 “가격 정책 변화 역시 가격을 일부 내려서라도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새로운 수요를 끌어오려는 업체들의 다양한 실험 중 하나로 보인다”고 말했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평균 30%가량 성장하며 7조 원을 넘어선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률은 지난해 10% 안팎으로까지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올해는 한 자릿수나 마이너스 성장률이 나올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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