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화력이 온실가스의 주범으로 눈총을 받는 상황에서 석탄을 고온·고압에서 가스화하는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현실적으로 석탄화력을 대체할 마땅한 에너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석탄화력의 효율을 높이고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21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7월 한국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줄이기로 결정하면서 발전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석탄화력발전이 전체 발전설비의 30%, 전력생산의 40%를 담당하고 있는데, 목표를 맞추기 위해서는 석탄화력의 발전량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석탄을 대체할 만한 대안을 찾기도 어렵다. 원자력발전 확대에 대한 반대 여론이 심하고, 신재생에너지 발전도 기술적 한계로 단기간에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발전연료의 97%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매장량이 풍부하고 가격이 저렴한 석탄은 여전히 유용한 자원”이라며 “석탄의 효율성을 높여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맞추려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IGCC는 석탄연료를 보일러에서 직접 연소시키는 기존 석탄화력과 달리 석탄을 고온·고압으로 가스화해 합성가스를 만든 뒤 이 연료로 복합발전기를 가동한다.
IGCC의 장점은 석탄을 직접 땔 때보다 오염물질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서부발전 관계자는 “IGCC는 생산된 합성가스가 연소하기 전에 정제설비를 통해 공해물질을 쉽게 제거할 수 있어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및 먼지를 기존의 20%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효율이 낮아 현재 석탄화력에서 사용하기 어려운 저열량탄을 사용할 수 있어 연료 단가도 낮출 수 있다. 발전뿐만 아니라 합성가스를 이용한 대체천연가스(SNG), 석탄액화(CTL), 수소 등 다양한 화학 원료를 생산하는 기술에도 적용할 수 있다. 기후변화협약 등 환경 규제 강화와 아시아 지역의 경제성장, 노후 석탄화력설비 대체 수요 등으로 IGCC 시장은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발전용량 250GW, 약 8300억 달러(약 94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온실가스 저감과 청정석탄 활용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형 IGCC 실증플랜트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부발전과 두산중공업, 현대중공업, 국내 연구기관 등이 참여해 2011년 11월부터 총사업비 1조3700억 원을 들여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내에 실증플랜트를 짓고 있다. 20일 가스화기 최초 점화에 성공했고, 이달 안에 종합 시운전을 거쳐 내년 3월 준공될 예정이다.
석탄가스화 사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발전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및 저장하는 기술(CCS)과 연계해야 하지만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기술은 아직 국내에서 걸음마 단계다. IGCC의 경제성이 아직 낮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건설비가 기존 석탄화력 대비 2배 이상 비싸 발전원가가 kWh당 115∼155원에 이른다. 향후 상업운전에 들어갈 경우 원가 회수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초기 사업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유연탄 개별소비세 면제,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의무이행비용 보전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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