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경쟁 변수는 ‘아킬레스 건’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0월 22일 05시 45분


롯데, 경영권 분쟁으로 사회적 여론 나빠
SK, 입지 나쁜 워커힐, 한계 극복이 관건
카드 없는 신세계…면세점 경험 없는 두산

“건들면 아프다.” 서울 시내 면세점 대전 2라운드가 뜨겁다. 최근 신청 기업들은 일제히 ‘상생’을 화두로 지역개발과 막대한 투자를 약속한 청사진을 발표했다. 대규모 투자계획을 공개적으로 내세울 정도로 모두 ‘면세점 대전’에서 필승을 장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자신감과는 달리 네 기업 모두 내심 불안해하고 답답해하는 ‘아픈 구석’은 따로 있다. 특허 심사가 끝날 때까지 불거지지 않기를 바라는 그들의 ‘아킬레스 건’은 무엇일까.

● 롯데: 집안싸움에 독점 논란

아무리 기존 사업자나 신규 지원자 모두 같은 출발선에서 평가한다 해도 그동안 면세점을 운영한 ‘내공’에 대한 평가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심사 주요 항목인 보세구역 관리역량, 운영인의 경영능력 등은 업계 1위인 롯데가 유리한 부분이다. 하지만 지금 롯데가 소공동과 월드타워점을 무난히 지킬 것으로 보는 시각은 그리 많지 않다. 객관적 우위를 무색하게 만든 ‘내우외환’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여름 기업의 정체성 논란을 일으켰던 경영권 분쟁이 다시 뜨거워지면서 연일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아버지를 둘러싼 형제의 다툼은 일반인 눈에 막장 드라마 수준의 진흙탕 싸움 양상을 띠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학계와 정부 일각에서 일고 있는 면세점 독과점 제한 움직임도 부담스럽다. 객관적인 역량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도 사회적 여론이 나쁜 기업에 사업권을 주기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 SK: ‘도심의 섬’ 불리한 입지는 어떻게

SK는 기존 사업장 워커힐이 지닌 입지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워커힐은 동대문이나 남대문 명동, 잠실에 비해 관광객의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 과거에는 카지노 고객을 중심으로 올리는 매출만으로도 존재 의미가 있었지만, 지금처럼 면세점이 관광산업의 핵심 허브로 거론되는 상태에서는 고립된 도심의 섬과 같은 위치가 부담이다.

다른 후보 기업들에 비해 전투의지가 약해 보이는 행보도 문제다. 최근 24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7월 신규 신청 때나 지금이나 면세점 사업에 그룹 역량을 쏟겠다는 의지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한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기존사업자의 노련함과 여유, 신규 도전의 패기 모두 보이질 않는다”고 평가했다.

● 신세계: 임팩트 있는 ‘한 방’이 없다

신세계는 후보 기업 중에 롯데와 함께 유통업에서 축적한 전문성과 네트워크, 물류 인프라가 장점이다. 하지만 그런 명성과 세간의 기대에 걸맞은 카드를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남대문 지역 관광개발, 지역상생, CJ E&M과의 제휴 등 다양한 계획을 발표했지만 대부분 다른 후보들과 큰 차이가 없다. “과연 신세계답다”는 평가를 들을만한 참신한 ‘한 방’이 없다. 7월에 이어 다시 후보지로 내세운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이미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롯데 소공동점과 가깝고 교통 혼잡이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점이 숙제이다.

● 두산: 면세점 경험 無…주력기업 부진

두산은 후보 기업 중 유일하게 면세점 운영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이 가장 큰 약점이다. 두산타워 운영의 유통 경험이 있지만, 해외 유명 브랜드를 유치하고 대규모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전문성을 요구하는 면세점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는 시각이 많다.

중공업, 인프라코어 등 그룹 주력사업이 부진한 것도 우려를 낳고 있다. 올해 들어 두산중공업은 2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과 비교해 20% 가량 감소한 2273억원에 그쳤고 당기순손실 250억원을 기록했다. 두산인프라코어도 2분기 매출이 1조97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 줄었고 영업이익(1286억원)도 11.7%나 감소했다. 두산건설이나 두산엔진도 경영성적이 썩 좋지 않다.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은 11월 초에 특별심사위원회의 프레젠테이션(PT) 실시한 뒤 최종 낙찰 기업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재범 전문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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