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자동차 시장은 ‘기함(旗艦·플래그십)’들의 정면승부로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폴크스바겐과 아우디가 주춤하면서 수입차 업계의 명실상부한 ‘양대산맥’이 된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각각 7시리즈와 S클래스를 내세워 선두 경쟁에 나선다. 이 경쟁에 국산 최고급 세단의 터줏대감인 ‘에쿠스’가 출격하고, ‘임팔라’ 등 다른 브랜드들의 대형 세단이 가세하면서 한동안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주도했던 자동차 시장은 덩치 큰 ‘회장님 차’들의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S클래스’ vs ‘7시리즈’
수입차 업계에서 최고급 세단의 터줏대감은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판매량은 7575대(마이바흐·쿠페 모델 제외). BMW에서 같은 차급으로 분류되는 ‘7시리즈’의 판매량이 1156대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차이다. 두 브랜드의 전체 판매량은 매번 뚜껑을 열어 봐야 순위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엎치락뒤치락하지만, 최고급 대형 세단에서만큼은 S클래스의 완승이다. 벤츠는 여기에 ‘최고급 중의 최고급’으로 불리는 ‘마이바흐’도 순항 중이다. 2억 원이 훌쩍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올해 638대가 판매됐다.
이런 차이는 두 브랜드의 이미지에서 나타난다. 국내에서 수입차가 일부 상류층의 전유물이었을 때부터 벤츠가 중후한 ‘회장님 차’라는 인상을 다져왔다면, 상대적으로 BMW는 패기 넘치는 ‘젊은 사장’의 느낌이 난다. 이를 증명하듯이, 올해 BMW 전체 판매량 중 7시리즈가 차지하는 비중은 3.3% 수준이지만, S클래스가 벤츠의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1.7%에 이른다.
이런 차이는 역으로 서로 가지지 못한 부분이기도 해서, 최근 벤츠는 젊은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BMW는 14일 ‘뉴 7시리즈’를 출시하며 S클래스에 도전장을 냈다.
뉴 7시리즈는 완전변경된 6세대 모델로, 5세대에 비해 외관은 더 커지고 각종 최첨단 기술을 적용하며 ‘드라이빙 럭셔리’를 표방한다. BMW의 순수 전기 스포츠카 ‘i8’에 적용되는 ‘레이저라이트’는 눈부심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전방 차량이 없을 경우 기존 발광다이오드(LED) 헤드라이트의 2배에 해당하는 600m의 넓은 시야를 제공한다. 국내 출시 모델의 경우, 한국 지형에 맞게 새로 개발한 내비게이션을 장착하며, 그간 국내 운전자들로부터 ‘불편하다’는 평을 받아온 조그다이얼식 디스플레이 조작 방식은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바뀌었다. 차체는 탄소섬유를 사용해 이전 세대 모델에 비해 무게를 130kg 낮췄다.
2013년 출시된 S클래스도 6세대 모델로서, 이미 성공 스토리를 써 나가고 있다. 출시 첫해에 전 세계에서 10만 대 이상 판매되며 역대 S클래스 중 가장 많이 팔린 모델로 기록됐다. 세계 최초로 차량 내·외부 모두 조명이 LED로 이뤄졌고, 충돌 발생 시 안전벨트가 탑승자의 몸을 충격 반대 방향으로 잡아당기는 ‘프리-세이프 임펄스’, 전방 도로에 튀어나온 요철을 미리 감지하고 완충장치를 그에 맞게 작동시키는 ‘매직 보디 컨트롤’ 등이 적용됐다.
말(에쿠스)과 임팔라, 국산차 시장 달린다
수입 대형 세단에 대한 한국인들의 선호는 유별나다. S클래스와 7시리즈의 국내 판매량은 전 세계 각각 3위와 4위 수준. 인구나 경제규모를 고려하면 과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자동차 ‘에쿠스’가 6년 만에 완전변경돼 올해 말 돌아올 예정이다. 당초 내년 상반기 출시설이 돌기도 했지만, 수입 대형세단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막고자 출시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올해 말에 출시를 하면 업체들의 임원 인사 시즌에 맞춰 법인 고객을 공략하기가 유리하다는 점도 작용했다.
아직 신형 에쿠스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다만 주행성능을 크게 끌어올린 3.3L 터보 엔진을 장착하고 현대차의 최첨단 자율주행기술인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HDA)’이 적용될 것이라는 말만 나오고 있다. HDA는 현재 앞차와의 거리는 유지하되 방향은 운전자가 조절해야 하는 ‘어드밴스트(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에서 한 단계 진일보한 기술로, 아예 핸들에서 손을 놓고도 앞차와의 거리 유지 및 제동, 방향 조절까지 가능하다. 자율주행에 상당히 근접한 수준이다.
또 일각에서는 ‘에쿠스’라는 명칭이 바뀐다는 설도 들린다. 무거운 어감의 에쿠스 대신, ‘제네시스’와 통합해 라인업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아직 결정된 바는 없으며, 여러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GM의 ‘임팔라’는 이미 한국이라는 초원을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다. 가격이나 차급은 현대차 그랜저나 기아자동차 K7과 같은 차급으로 분류되지만, 차체는 에쿠스보다 고작 5cm 작은 수준. 알페온이 사라진 한국GM의 세단 중 가장 큰 ‘기함’임에 틀림없다. 지난달 1634대가 판매돼 K7을 제치는 기염을 토했다. 현재는 미국에서 만들어 수입하고 있지만 인기를 끌자 국내 생산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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