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이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했던 근본 원인은 바로 높은 연료소비효율(연비)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폴크스바겐의 디젤 차량에는 배출된 질소산화물(NOx)을 줄이는 희박질소촉매장치(LNT·Lean NOx Trap)가 설치됐는데, 이것이 작동하면서 연비를 2∼4% 떨어뜨린다. NOx를 환원하기 위해 연료성분을 더 사용하기 때문이다. 고연비를 유지하고 싶던 폴크스바겐이 조작을 감행했던 이유다.
연비 때문에 조작을 감수할 만큼 자동차 업체간의 연비 경쟁은 치열하다. 그래서 각 업체들은 연비 상승을 위해 다양한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연비를 높이기 위해 엔진의 크기를 줄이는 ‘다운사이징’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다. 지난달 출시한 한국GM의 ‘쉐보레 올란도’는 기존 2.0L 디젤 엔진을 1.6L로 줄여서 출시했다. 배기량이 줄어든 탓에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도 각각 18%, 11% 정도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공인 연비는 L당 13.5km로 이전 모델(12.0km)보다 12.5%나 증가했다. 가벼운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1.6CDTi 엔진과 함께 결합된 6단 자동변속기의 무게도 줄었기 때문이다.
터보를 달아 출력과 연비 모두를 높이기도 한다. 현대자동차의 ‘2016년형 쏘나타 1.6 터보 GDi모델’은 기존 가솔린 모델인 2.0 CVVL에 비해 배기량은 줄어들었으나 출력은 7%, 토크는 31% 연비는 6%가 올랐다. 터보가 배기가스로 활용한 압축공기를 엔진으로 재공급해 출력을 올려줬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자동차의 ‘SM5 노바 TCE’도 배기량이 1619cc로 기존(1998cc)보다 작아졌지만 터보를 이용해 출력은 35%, 토크는 20%, 연비는 3%가 올랐다.
변속기 기술도 연비 향상에 도움을 준다. 이달 출시한 기아자동차 ‘The SUV, 스포티지 1.7’은 기존 2.0 모델보다 연비가 올랐다. 이는 7단 자동변속기(DCT)를 적용해 2개의 클러치가 교대로 작동하며 민첩한 변속반응 속도를 보인 덕분이다.
이달 출시한 혼다의 ‘올 뉴 파일럿’은 엔진에 가변 실린더 제어 기술(VCM·Variable Cylinder Management)를 적용해 연비를 높인 경우다. 차량의 주행 상황에 맞춰 3, 4, 6기통으로 가변 제어를 한다. 가속을 할 때는 실린더를 모두 동원해 강력한 힘을 만들어내지만, 엔진 부하가 적을 때는 실린더 중 일부만 사용해도 동력을 유지할 수 있어 연료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차체 무게 자체를 줄이는 기술도 연비 향상에 도움을 준다. 이달 출시한 ‘BMW 6세대 뉴 7시리즈’는 카본 코어 차체 구조를 활용해 이전 세대에 비해 무게를 최대 130kg 줄인 것이 특징. 덕분에 연비는 7년 전 5세대 풀체인지 모델을 내놨을 때 당시 L당 7.5∼8.5km보다 대폭 오른 12.2km다.
메르세데스벤츠는 공기역학적 디자인으로 공기역학계수를 낮춘 것이 특징이다. ‘더 뉴 S-클래스’는 공기역학계수가 0.24cd로 일반적인 세단(0.30cd)보다 공기저항을 낮게 받는다. 이 덕분에 이전 모델보다 최대 13% 가까이 연료 효율성이 향상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