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1년 반 만에 0%대 성장에서 벗어났다. 어제 한국은행은 올 3분기(7∼9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1.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작년 1분기(1.1%) 이후 1년 6개월 만이고, 2010년 2분기(1.7%) 이래 5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세월호 침몰과 올 초 메르스 사태 등으로 침체했던 소비가 살아난 덕이 크다.
모처럼 희소식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박수만 치고 있기에는 마음이 무겁다. 2분기 성장률(0.3%)이 워낙 낮았다는 기저(基底)효과에다 추가경정예산에 따른 정부 지출 증가, 기준금리와 개별소비세 인하, 광복절 임시공휴일 지정 같은 소비 활성화 대책, 부동산 건설투자 등이 3분기 성장을 이끌었다. 상당 부분 정부 재정 확대와 가계 대출이라는 빚에 의존한 성장이다. 그동안 0%대에 머물렀던 수출은 3분기에 ―0.2%로 더 떨어졌다. 수출과 수입이 작년보다 쪼그라들어 올해 1조 달러 무역 목표 달성도 어려워졌다.
한은은 4분기에 0.9% 성장해야 올해 2.7%(전년 동기 대비) 성장할 수 있다고 밝혀 정부의 3%대 성장 목표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것 같다.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 상황은 훨씬 고통스럽다. 현대경제연구원이 그제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1년 전에 비해 우리 경제가 얼마나 성장했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 3분기 체감 성장률이 ―0.2%라는 응답이 나왔다. 고용노동부 조사를 보면 불황으로 인한 실직자 수는 2011년 50만 명에서 작년 55만 명으로 계속 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앞길이 험난하다.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경제 둔화라는 주요 2개국(G2) 리스크가 기다리는 데다, 연말 개별소비세 인하가 끝나면 ‘소비절벽’(소비 급락으로 경제에 충격을 주는 현상)이 올 수도 있다.
경제야말로 대통령 지지율이나 총선을 겨냥한 단기 활성화보다 성장잠재력 확충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어제 밝혔듯이 노동개혁과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서둘러 경제체질 강화에 힘써야 한다. 국회 인사청문회 기간을 감안하면 총선에 출마할 최경환 부총리를 교체하고 경제팀 인선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한 신흥국발(發) 위기가 닥치면 이미 늦어버릴 수도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