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자원화 관건 ‘쓰레기 선별’ 기술의 진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4일 03시 00분


빛 쪼여 성분분석 ‘광학기술’… 미생물 이용한 ‘대사공학’…

폐금속유용자원재활용기술개발사업단 연구진이 망가진 TV나 모니터를 자동으로 구분해 파쇄한 다음 내부에서 희소금속 같은 재활용 물질을 회수해 내는 장치를 선보이고 있다. 폐금속유용자원재활용기술개발사업단 제공
폐금속유용자원재활용기술개발사업단 연구진이 망가진 TV나 모니터를 자동으로 구분해 파쇄한 다음 내부에서 희소금속 같은 재활용 물질을 회수해 내는 장치를 선보이고 있다. 폐금속유용자원재활용기술개발사업단 제공
“쓰레기 처리의 핵심은 ‘선별 기술’입니다. 엉망으로 섞여 있는 대량의 생활 쓰레기 중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만 기계로 골라내는 거죠.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쓰레기 처리 방식도 큰 폭으로 변화할 겁니다.”

환경부 산하 폐금속유용자원재활용기술개발사업단(재활용사업단)의 조봉규 단장은 “앞으로는 대부분의 쓰레기를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 순환 사회’로 발전해 나가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국내에선 쓰레기 분류를 시민들에게 맡기고 있다. 종량제 봉투에 담은 일반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를 따로 구분해 내놓는 식이다. 쓰레기 처리 전문가들은 가까운 미래에 ‘자동화 분류 공정’이 도입되면서 사회적인 쓰레기 처리 방식도 크게 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분류, 재활용 기술 부족해 귀한 자원 ‘매립’

쓰레기 재생은 간단한 수리를 거쳐 다시 쓰는 재이용, 재처리 과정을 거쳐 자원으로 이용하는 ‘재활용’ 등으로 구분한다. 그리고 재생 가치가 없는 쓰레기 중 가연성 물질은 소각(燒却) 또는 퇴비화(堆肥化) 처리를 하고, 잔류 물질은 매립한다.

현재 기술로는 대량의 쓰레기를 자동으로 분류해 내기 어렵다. 뒤섞인 쓰레기를 사람 손만큼 확실하게 골라 낼 수 있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매립 또는 소각하는 쓰레기 가운데 재생 가능한 것은 59.1%에 달한다.

미래에는 이런 쓰레기 처리 방식이 크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활용 쓰레기를 일반 쓰레기봉투에 담아 내놓는 ‘얌체족’이 사라지긴 어렵기 때문에 기계가 대량으로 분류하게 만들겠다는 것. 이럴 경우 쓰레기 수거 형태도 가정에서 재활용품을 따로 내놓는 형태가 아니라 젖은 쓰레기 정도만 따로 내놓는 걸로 바뀔 수 있다. 쓰레기 처리장에선 금속, 플라스틱, 종이 등을 자동으로 분류해 자원 재생 공장 등으로 보내는 것이다.

이런 기술은 환경에 관심이 많은 독일이나 프랑스, 벨기에 등 유럽 국가들이 강세다. 국내에선 재활용사업단이 한국형 쓰레기 분류 시스템을 연구 중이다. 지난달 3일 열린 ‘국제자원순환산업전’에선 버려진 대형 TV의 모델을 자동으로 인식해 파쇄하고 전자기판(PCB)과 각종 금속을 회수하는 기술을 공개하기도 했다. 조 단장은 “쓰레기를 무게나 형태별로 골라내는 기계적 선별 기술, 빛을 이용해 성분을 분석하고 골라내는 광학 선별 기술 등이 두루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쓰레기 발효시켜 가스·휘발유 얻는다

재활용 쓰레기 등을 골라내고 남은 쓰레기는 그대로 소각장으로 보내기보다는 ‘고형 연료(SRF)’ 형태로 가공해 유통하는 경우가 많다. 공업용 연료 등으로 시판하기도 하지만 최근엔 발전용 연료로도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제주시 해안동에 6MW(메가와트)급 SRF가스화발전설비에 대한 건설 허가를 획득했다고 6일 밝혔다. 이 설비는 SRF를 태워 발생하는 열과 가스로 발전터빈을 돌려 하루 최대 6MW의 전기를 만들 수 있다. 완공되면 5000가구 이상이 전기를 쓸 수 있는 양이다. 이 밖에 강원 원주시도 SRF를 이용한 열병합발전시설 설치를 검토 중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기존 폐기물 처리 시설 용지에 설치하는 것으로 환경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SRF는 일반적인 쓰레기 소각에 비하면 유리한 형태지만 쓰레기를 태워 열을 얻는 방식이라 매연이 많이 생기고 타고 남은 재도 오염물질로 구분되는 단점이 있다. 연소 시설을 지을 때는 매연 저감 장치 등을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

이런 문제 때문에 최근엔 음식물 쓰레기를 비롯한 각종 바이오매스(유기물) 쓰레기를 발효시켜 깨끗한 에너지인 ‘메탄가스’를 뽑아내 활용하려는 시도도 있다. 메탄은 천연가스의 주 성분이다. 음식물 쓰레기는 동물 사료로 가공하는 경우가 많지만 썩기 쉬워 활용성이 떨어지는 데다 2013년부턴 오폐수 해양 투기가 금지되면서 한층 골치를 앓고 있다.

배우근 환경부 유기성폐자원에너지화사업단장은 “바이오매스를 발효시키면 메탄가스가 나온다는 사실은 과거부터 잘 알려져 있지만 효율이 들쭉날쭉해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어려웠다”며 “한국 쓰레기와 기후에 맞는 독자적인 처리 기술을 새롭게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5, 6년 정도면 한층 효율이 높은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먼 미래엔 유전자 조작 미생물을 이용한 ‘대사공학’도 이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매스 발효 효과를 극대화한 세균을 개발하고, 이 세균을 이용해 쓰레기 속 유기물질을 석유 등의 자원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아직 상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대사공학 분야에선 우리나라가 선도적이다. 이상엽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팀은 폐목재나 볏짚, 사탕수수 등을 먹고 바이오부탄올이나 휘발유를 생산하는 대장균 균주를 만드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원유를 수입해 연료를 추출하는 것에 비하면 값이 훨씬 비싸 효율을 높이는 연구가 필요하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쓰레기#기술#자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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