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발전하면서 교통이나 통신 등 생활 모습이 바뀐 것처럼 언젠가는 끼니를 해결하는 방식도 바뀌게 될까요. 푸드테크 스타트업 이그니스가 만든 식사대용 식품 ‘랩 노쉬(LAB NOSH)’를 먹어봤습니다. 이그니스는 설립 1년을 갓 넘긴 신생업체입니다.
랩노쉬는 ‘미래형 식사’라고 불립니다. 다이어트 식품이나 건강기능 보조제가 아니라 물만 있으면 간편히 먹을 수 있는 ‘밥’입니다. 하루 한 끼 정도는 빵이나 과자, 과일로 끼니를 해결해야 했던 고3 수험생, 바쁜 직장인 등에게 필요한 제품입니다. 매 끼니를 넉넉히 시간을 들여 풍성히 먹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으니까요.
맛은 쇼콜라, 그린시리얼, 그래놀라 요거트 등 총 세 가지입니다. 맛은 다르지만 탄수화물, 식이섬유, 단백질, 지방, 비타민 등 영양소는 한국영양학회 권장 기준에 맞췄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다니다 이그니스 창업 멤버로 합류한 김지훈 기술총괄이사는 “고지방, 고탄수화물 식사가 많은 한국인의 식습관을 고려해 탄수화물 비중은 낮추고 단백질 함유량을 높였다”고 말했습니다. 삼시 세끼를 모두 랩노쉬로 해결해도 영양 섭취에 문제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기자는 이틀 동안 하루는 아침, 하루는 점심 식사를 각각 랩노쉬로 해결했습니다. 아침에 랩노쉬를 마시며 출근하니 시간이 많이 절약됐습니다. 무엇보다 가루가 든 빈 물병이 가벼워 가방에 넣고 다니기 편했습니다.
점심으로도 충분했습니다. 밥을 먹은 것처럼 오후 내내 포만감이 유지됐습니다. 식이섬유, 결정과당, 곡물믹스 등을 넣어 한 병을 먹어도 4, 5시간 충분히 배가 부르다는 이그니스 설명이 이해가 됐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물통을 갖고 다니다가 식사 시간에 물 400mL를 넣고 흔들어 먹으면 끝입니다. 그래놀라 요거트에는 건파파야, 건크랜베리가 함께 담겼습니다. 그린시리얼에는 현미 플레이크가 담겨 씹는 맛도 있었습니다.
이그니스는 미국 기업 ‘소일렌트(Soylent)’를 롤 모델로 삼았습니다. 소일렌트도 미래식량이란 이름으로 식사대용 식품을 만들어 지금까지 600만 끼니를 팔았다고 합니다. 이그니스 창업 멤버들이 초기 소일렌트 제품을 맛보려고 주문했는데 제품을 받기까지 8개월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만큼 급성장하고 있는 시장입니다.
이그니스도 제품 출시 전부터 컴퍼니케이파트너스로부터 6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제품 판매 20여 일 만에 6000만 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그니스는 랩노쉬가 모든 식사를 대신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미래형 식사라고는 하지만 여럿이 함께 모여 대화를 나누며 즐기는 넉넉한 식사를 존중한다는 뜻입니다. 밥보다 일이 중요한 순간만 랩노쉬로 채우겠다는 목표입니다. 랩노쉬 정식 제품 출시는 11월 초. 소비자가격은 1통에 4000∼5000원 선에서 결정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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