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는 최근 사고로 급작스럽게 아버지의 죽음을 맞았습니다.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상속관계도 미처 정리하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건축업에 종사했던 A 씨의 아버지가 남긴 재산은 7억 원 정도라고 알고 있으나 돌아가시기 직전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여기저기 돈을 빌려 쓴 것도 있고 인건비나 물품대금 등 밀린 채무가 많다고 들어서 섣불리 모든 재산을 상속받기는 조심스럽습니다. 살아계신 어머니에게도 아버지의 빚으로 인한 피해가 안 가도록 보호해 드리고 싶습니다. A 씨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 누가 얼마나 상속받을 수 있나
‘상속’이란 사람이 사망하면 그의 생전 재산상 지위가 법률 규정에 따라 특정인에게 포괄 승계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때 사망인을 ‘피상속인’, 상속재산을 받는 사람을 ‘상속인’이라고 합니다. 원칙적으로 상속 순위는 민법 규정에 따라 피상속인의 자녀·손자녀 등 직계비속이 1순위, 부모 등 직계존속이 2순위, 형제·자매가 3순위, 삼촌 등 4촌 이내 방계혈족이 4순위가 됩니다. 배우자는 직계비속이나 직계존속이 있다면 동순위로 공동상속인이 되고, 없다면 단독 상속인이 됩니다.
사례에서 A 씨는 직계비속으로서 1순위 상속인이 되고, A 씨의 어머니가 동순위로 공동상속인이 됩니다. 다만 배우자는 직계비속과 공동상속을 받을 때 직계비속의 1.5배를 상속받게 돼 있으므로 A 씨 어머니는 A 씨 상속분의 1.5배를 상속받게 됩니다.
○ 피상속인 사망 3개월 내 결정해야
상속은 원칙적으로 가치 있는 재산뿐만 아니라 빚도 함께 승계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피상속인이 발생시킨 결과를 상속인이 무조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가혹하므로 법은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조사해 상속받을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보호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피상속인이 사망하면 상속인은 우선 피상속인의 재산을 조회해 빚이 얼마나 있는지부터 파악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숨진 피상속인의 주민등록지 관할 시군구청, 주민센터 등에서 사망자의 금융거래, 토지, 세금 등 재산 상황을 한 번의 통합 신청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고 금융감독원 금융민원센터 또한 피상속인의 각 금융회사 금융거래 현황을 한 번에 확인해 주고 있으므로 절차가 많이 간소해졌습니다.
조사 뒤 상속재산이 빚보다 많다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때는 ‘단순 승인’이 이루어져 상속받은 재산으로 빚을 갚고 나머지 재산을 취득하면 됩니다.
그러나 상속받을 재산보다 빚이 월등히 많은 상황이라면 상속 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상속포기’를 하는 것이 낫습니다. 이렇게 하면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닌 것처럼 되어 재산을 받을 수 없지만 동시에 아무 빚도 물려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재산 조회를 통해서도 빚이 얼마인지 정확히 알 수 없거나 받을 재산과 빚의 액수가 비슷하지만 채무가 좀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면 상속받을 재산 범위 안에서만 채무를 갚겠다는 ‘한정 승인’을 할 수 있습니다. 상속 포기와 한정 승인은 피상속인의 사망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안에 가정법원에 신고하는 절차로 이루어지므로 신고기한 내 상속을 포기할 것인지 한정 승인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다만 법은 상속인이 큰 잘못 없이 상속재산을 조사했음에도 빚이 상속재산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지 못해 불가피하게 단순 승인이 되었다면 이를 구제하기 위해 상속재산보다 빚이 많음을 안 이후로 3개월 안에 다시 한정 승인(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게 해두었습니다.
○ 상속 포기 땐 후순위자가 손해 볼 수도
사례에서 A 씨와 A 씨 어머니는 우선 사망한 아버지의 재산 현황을 조사한 뒤 채무와 상속재산을 비교하여 ‘단순 승인’ ‘한정 승인’ ‘상속 포기’ 가운데 가장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 될 것입니다.
다만 상속 포기를 할 때는 1순위 상속인이 포기하면 후순위 상속인들이 피상속인 채무를 승계하게 되는 구조이므로, 결과적으로 후순위 상속인도 모두 상속 포기를 해야만 비로소 채무를 면할 수 있습니다.
절차가 간단하다고 해서 별 생각 없이 1순위 상속인들만 상속을 포기한다면 2순위 이하 상속인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유념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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