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범주에 속한 기업은 변화하지 않아야 한다? “활용하기 나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7일 15시 09분


고객들이 특정 기업이 어떤 범주에 속한다고 인식하면 이에 부합하는 적절한 행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이 특정 기업을 친환경적이라고 여긴다면 이런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으면 생존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최근 불거진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사태가 이를 잘 보여준다. 친환경이라는 범주에 속한 기업으로 여겨졌던 폭스바겐의 비윤리적 행위가 소비자들로 하여금 충격을 준 것이다.

최근 학술지 미국사회학리뷰(ASR)에 실린 그레타 수 미국 데이비스캘리포니아대 경영대학원 교수의 논문은 이와 조금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특정 범주에 속해 있는 것 자체가 때로는 전략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논문에서는 미국의 ‘라이트’ 담배 사례를 들어 이런 주장을 검토했다. 1950년대부터 흡연이 폐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의 원인이라는 점이 드러나면서 담배산업 내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일부 담배회사들은 혁신적인 기술로 니코틴과 타르 양을 획기적으로 줄였다고 주장하면서 라이트라고 하는 새로운 범주를 시장에 내놓았다. 변화는 성공적이었다. 라이트 범주의 담배 판매량이 증가했고 이 범주는 소위 ‘공인된’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그 뒤 수십 년간 새로운 변화가 나타났다. 일반 담배는 니코틴과 타르 양을 지속적으로 줄인 반면 라이트 담배는 오히려 타르를 평균 7%, 니코틴을 평균 74% 늘렸다. 이런 전략적 선택은 니코틴과 타르 저감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고, 담배의 맛을 즐기는 사람들을 유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타르와 니코틴 비용이 늘었음에도 라이트 담배가 덜 해롭다는 대중의 인식은 거의 변하지 않았고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라이트라는 범주가 당연시되면서 조직의 전략적 자율성이 오히려 더 증가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특정 범주에 속한다는 인식은 조직의 활동을 제약한다. 하지만 반대로 이를 잘 활용하면 조직의 활동 반경을 넓히거나 전략적 선택 기회를 증가시킬 수도 있다.

정동일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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