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과 가까운 곳에서 6년간 전세 재계약 걱정 없이 새집에 살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원래 살던 원룸의 재계약 문제로 고민하던 회사원 김우정 씨(29)는 27일 서울 송파구 삼전동에 들어선 첫 번째 행복주택으로 이사했다. 행복주택은 대학생,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등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주변 시세보다 20∼40% 싼 임대료에 공급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김 씨는 7월 행복주택에 입주를 신청해 208 대 1의 경쟁을 뚫고 당첨됐다. 김 씨는 “집에서 삼성동(서울 강남구) 직장까지 가는 데 30분도 걸리지 않는다”며 만족해했다.
국내 첫 행복주택이 이날 첫 입주자를 맞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서민 주거난 해결을 위해 핵심 공약사업으로 내세운 지 약 3년 만에 결실을 본 것이다. 정부는 2013년 서울 양천구 목동 등 7곳을 행복주택 시범지구로 선정했다. 하지만 주민 반대 등으로 일부 지구의 지정이 취소되거나 사업이 지연되는 어려움도 겪었다.
행복주택 삼전지구는 지상 6층에 전용면적 20∼41m² 40채 규모로 지어졌다. 1층에 빈 공간을 두는 ‘필로티’ 공법으로 차량 23대를 주차할 공간을 확보했다. 2층에는 소회의실 등 커뮤니티 시설도 들어섰다. 나머지 4개 층에 각각 10채의 주택이 있다.
이곳은 서울 강남권인 송파구 잠실지역에 들어서 ‘직장·학교가 가까운 임대주택’이라는 행복주택의 취지를 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하철 2·8호선 잠실역에서 약 2km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2018년에는 단지에서 약 500m 거리에 지하철 9호선 연장선도 개통된다.
임대료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편이다. 주거급여 수급자를 위한 주택인 전용 26m²형의 보증금과 월세는 각각 3570만 원, 18만4000원으로 주변 시세의 약 60%다. 보증금을 5700만 원까지 올린다면 월세를 7만4000원으로 줄일 수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행복주택이 생기기 전에는 20년 이상 된 다세대주택이 있었다”며 “깨끗한 새 건물이 지어지면 낙후된 도심을 재생하는 효과가 있어 주민들도 반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삼전지구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서울 4개 단지에서 행복주택 847채의 입주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주춤했던 행복주택 사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2017년까지 전국에 행복주택 14만 채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사업인 만큼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임대료는 저렴하지만 한 층에 여러 가구가 벽을 맞대고 들어서는 연립주택 형태여서 일반 아파트나 오피스텔에 비해 생활환경이 다소 불편한 것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사회초년생에게는 전용 20m²(약 6평)만 공급되는 등 선택의 폭도 좁다. 전용 26m²형 당첨자 3명은 “공간이 좁아 아이 기르기에 불편할 것 같다”며 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파 삼전지구 40채를 짓는 데만 총 100억 원의 사업비가 들어갈 정도로 비용 부담이 큰 것도 개선해야 할 점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 토지를 사들여 재건축하는 방식으로는 사업을 오래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토지 매입비와 기존 주택 철거비 등을 포함하면 삼전지구의 사업비가 많이 든 것이 사실”이라며 “전국의 도심 국유지 170여만 곳을 전수 조사해 더 싼 비용으로 행복주택을 지을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