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창농(創農·창조농업 및 농촌창업)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이 뭘까. 취재진이 만난 20∼40대 농촌 창업자 상당수는 의외로 ‘주위의 시선’을 꼽았다. 창업자금 부족이나 작황 부진 등 직접적인 어려움보다 “젊은 사람이 농사를 짓는다”는 수군거림이 때론 더 큰 장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농촌으로 돌아가는 청년의 수가 적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하지만 농업에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결합시킨 ‘6차산업’ 분야에서만큼은 청년 창업자들이 주류가 될 수 있다. 동아일보가 농림축산식품부에 의뢰해 전국 544곳의 6차산업 인증사업자를 전수 조사한 결과 창업자 10명 중 3명이 넘는 34.9%가 20∼40대 청년층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부모가 농사를 짓고 청년층이 여기에 아이디어를 결합해 6차산업으로 발전시키는 경우가 많았다”며 “농업의 6차산업화야말로 청년을 다시 농촌으로 유입시킬 수 있는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 인증 받으면 판로지원 혜택
국내 6차산업 인증제도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농업 생산물을 가공해 2차 생산물을 만들거나, 관광 등 서비스업을 결합한 사업체는 2년 이상 매출액을 제시하면 인증 대상이 된다. 10월 8일 현재 총 544곳이 6차산업 사업체로 인증받았다. 인증을 받게 되면 지방자치단체별로 설치된 6차산업 생산물 안테나숍에 입점하는 등 판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들 사업체 544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6차산업으로 인증받은 사업체 대표는 일반 농업인보다 청년층 비율이 높았다. 40대(26.2%)와 30대(7.8%), 20대 이하(0.9%)를 합치면 34.9%에 이른다. 반면 통계청 농림어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농가 경영주 112만1000명 중 40대 이하 비중은 8.2%인 9만2000명에 그쳤다. 단순 농업 지원이 아닌 6차산업 지원에 정부 정책 역량이 집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기 파주에서 사과 과수원을 토대로 체험시설을 운영하는 ‘디엠지플러스’의 이동훈 대표(28)는 “아버지가 사과 농사를 짓고 이를 활용해 비무장지대(DMZ)를 체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다양한 6차산업 형태가 나타나면 청년들의 농촌 진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6차산업 인증업체들을 업종별로 분석하면 2차 제조업에 집중된 경향이 나타난다. 장 및 소스(16%)를 가공하는 사업체를 운영하는 곳이 가장 많았고, 이어 차와 음료(14%), 건강식품(13%), 반찬 및 김치(11%) 생산업체가 많았다. 3차산업으로 볼 수 있는 관광서비스 시설을 갖춘 곳은 6%에 불과했다.
이는 국내 6차산업이 아직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6차산업 인증업체 544곳의 연평균 매출액은 9억400만 원에 그쳤다. 대규모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관광 시설을 만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관광 등 3차산업을 하고 있는 농가도 주된 매출은 농업 가공품을 판매하는 데서 나온다”며 “거의 모든 6차산업 사업체가 제조업 등록을 하기 때문에 2차 제조업 비중이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재배하는 작물로 보면 식량작물(27%) 재배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어 과수(25%), 화훼(15%), 채소(13%) 등을 재배하는 농가가 많았다. 축산 분야나 산림 분야에서 6차산업 창업에 나서는 경우는 각각 9%와 4% 등으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 흠집난 고구마 버리기 아까워 빵으로
경북 영주에서 ‘미소머금고 영농조합’을 운영하고 있는 박찬설 씨(47)는 이 같은 국내 6차산업 사업체 경영자의 ‘표준’에 가깝다. 2000년 고향인 영주로 귀농해 고구마 농원을 설립한 뒤 2004년부터 고구마 빵을 생산했다. 2008년에는 법인을 세워 고구마 빵과 케이크를 만드는 체험시설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9억8000만 원으로 국내 6차산업 사업체 544곳의 연평균 매출(9억400만 원)과 비슷하다.
박 씨는 “당도가 전혀 떨어지지 않는 고구마를 단지 흠집 때문에 버리는 것이 안타까워 고구마 빵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6차산업을 시작할 때 무엇보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귀농 전 농산물 저온저장고 관리자로 13년 동안 일했다. 고구마 빵을 만들기 위해선 원재료인 고구마를 제대로 보관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 분야에서 최적의 기본기를 갖추고 있었던 것. 박 씨는 “귀농 전 경험 덕분에 지금 위치까지 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적정한 규모로 사업을 시작하고 스스로 농사를 짓는 것도 성공 포인트다. 박 씨는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를 설정한 뒤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며 “6차산업이라고 해도 어디까지나 농업이 기본인 만큼 스스로 농사지을 생각을 가지고 주변 사람들과 협력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농가에서만 만들 수 있는 차별화된 제품도 연구해야 한다. 박 씨는 4년 동안 고구마 빵을 연구해 고구마 앙금을 활용한 빵 제조 특허까지 취득했다. 고구마 함유율도 제품별로 20∼80%까지 늘려 다른 고구마 빵과 차별화했다. 박 씨는 현재 30여 종의 고구마 빵 제품을 9개 가맹점에 납품하고 있다. 영주의 미소머금고 영농조합을 방문해 빵을 사 가는 사람도 연간 15만 명에 달한다. ▼농지구매땐 장비보관 등 부대면적도 고려… 농지원부 만들면 농업인혜택 받을때 유용▼
창농귀농 Q&A
도시민이 귀농을 결정할 때 맨 처음 고민이 바로 농지를 마련하는 것이다. 예비 귀농인에게 도움이 될 만한 사항을 김덕만 귀농귀촌종합센터장과 함께 소개한다. Q. 농지를 확보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나.
A. 농지를 직접 구매해 자기 땅에 농사를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처음 귀농할 때는 남의 땅을 빌려 농사일을 배우며 시작하는 방법도 있다. 농지 구입 시 한계농지정비사업이나 개간사업에 공동지주로 참여해 같이 개발해도 된다. 임차하는 경우 한국농어촌공사의 농지은행에서 위탁농지를 빌려 쓰는 방법도 있다.
Q. 농지 면적은 얼마나 돼야 하나.
A. 귀농 시 사용하게 될 농지는 농사 및 거주용도뿐 아니라 축사, 농산물 보관, 농기계 장비 보관 등에 쓰인다. 따라서 부대면적이 많이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도시에 사는 자녀들의 방문 및 동거에 대비해 추가로 건물을 짓는 것도 염두에 두고 구매해야 한다. 시골생활은 도시생활과 달리 예상보다 많은 자투리땅이 필요하기 때문에 처음 구매 시 미래를 그려보고 결정해야 한다.
Q. 농지 구입 절차는….
A. 귀농인이 농지를 구매하려면 먼저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아야 한다. 실제로 농사를 짓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해야 한다는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 때문이다. 자격증명은 시나 구읍면 농지계에서 신청서를 작성해 발급받으면 된다. 본인이 직접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것이 원칙이나 농지 구입 시 거래했던 중개업소나 법무사사무소에 의뢰할 수 있다. 그 뒤 농지 구입 취득세와 등록세를 납부하고 농지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하면 된다. 농지 구입 시 농지원부를 만들어 놓는 게 좋다. 농지원부는 주거지 면사무소에 신청하면 받을 수 있는데 의무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향후 면세유를 지급받거나 자녀들의 대학 학자금 혜택을 받을 때 농업인임을 증명하는 서류로 긴요하게 쓰이므로 바로 신청하는 것이 좋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