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꿈의 몸매 ‘44사이즈’ 女모델, 신규브랜드 광고엔 역효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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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젊은 여성들은 패션쇼나 광고에 등장하는 늘씬한 여성 모델들을 부러워하며 다이어트와 몸매 관리에 노력을 기울이곤 한다. 이런 노력이 심하면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그래서 프랑스 패션업계에서는 마른 몸매의 모델을 퇴출시키는 조치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이른바 꿈의 사이즈로 불리는 ‘44사이즈’ 모델을 기용하는 것이 의류 판매에 정말 효과가 있을까? 영국 켄트대와 캐나다 브록대 연구진은 44사이즈의 날씬한 모델과 일반인 평균 사이즈의 몸매를 가진 모델을 등장시킨 광고의 효과를 비교했다. 응답자들은 18세에서 25세의 여성들이었다.

우선 이제까지 날씬한 모델을 기용해 왔던 유명 패션 브랜드의 광고에 날씬한 모델이 등장할 때와 일반적 몸매의 모델이 등장할 때의 광고 효과를 비교했다. 소비자들이 모델에 대해 느끼는 호감이나 제품에 대한 평가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럭셔리 브랜드도, 중저가 브랜드도 마찬가지였다. 모델의 몸매가 평범하다고 해서 날씬한 모델보다 소비자의 선호도가 떨어지지 않았다.

더욱 놀랍게도, 신규 출시하는 브랜드의 경우에는 날씬한 모델보다 일반적 몸매를 가진 모델이 등장했을 때 소비자들의 호감도가 올라갔다. 신규 브랜드는 기존 브랜드처럼 소비자들에게 미리 각인돼 있는 정보나 이미지가 없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자신이 친숙하게 느끼는 것에 끌리게 돼 있다. 따라서 평균적 몸매의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친숙한 평균적 몸매의 모델에게 끌리는 것이다.

다국적 소비재기업 유니레버는 자사의 도브(Dove) 브랜드를 위해서 2004년부터 ‘리얼뷰티(Real Beauty)’라는 광고 캠페인을 벌였다. 젊고 늘씬한 금발 미녀만이 아름답다는 업계의 고정관념을 깨자고 주장했다. 이 캠페인은 여성들의 미(美) 의식을 일깨워 주면서 커다란 마케팅 효과를 거뒀다. 패션 산업도 마찬가지다. 목표 고객인 여성 소비자들에게 44사이즈의 모델만을 보여주는 건 비현실적일 뿐 아니라 매출 증대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홍진환 수원대 경영학과 교수 jinhong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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