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ic Review]생각을 바꿔 세계 제패 성공한 글로벌 강소기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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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코메론… 줄자 끝에 자석 붙이고… 예쁘게 디자인하고…

글로벌 강소기업. 경제 여건이 어려울수록 빛을 발하는 기업들이다. 규모는 크지 않아도 탄탄한 실력과 신뢰경영으로 세계 시장을 확보하고 있는 회사들. 한국과 일본의 경제 펀더멘털을 이야기할 때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바로 글로벌 강소기업이다. 무라타, 호리바, 고마쓰제작소 등 흔히 ‘교토식 강소기업’으로 유명한 일본의 기반 환경과 달리, 한국은 소수 대기업이 경제의 중심이 되어 있다는 지적이 늘 있어 왔다.

그렇지만 이 땅에도 훌륭한 글로벌 강소기업들은 있다. 현재 국내 1위, 세계시장 점유율 3위를 자랑하는 줄자업계의 파워 기업, ㈜코메론이 그중 한 곳이다.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코메론의 줄자 제품들.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코메론의 줄자 제품들.

고객만족과 현지화로 한 발 앞서가

1992년부터 부친 강의조 전 대표가 만든 회사(한국엠파이어공업사)를 이끌고 있는 강동헌 대표는 국내외 특허 300여 건을 통해 뛰어난 기술력과 제품 디자인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코메론의 성공 요인은 단순합니다. 꾸준한 신제품 개발과 고객 만족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 성공은 의외로 단순한 곳에, 그리고 우리 가까이에 있습니다.” 무채색이라는 고정관념 속에 있던 공구, 미국과 일본의 선진 기업들이 선점한 공구시장에서 코메론의 혁신과 선전은 반갑고 놀랍다.

코메론은 이름에서부터 자부심을 드러낸다. ‘한국에서 만든 줄자’라는 뜻을 담은 코메론은 혁신적인 제품력과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우며 글로벌 시장으로 적극 진출하고 있다. 1997년 세계 최대의 시장이기도 한 미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마케팅과 서비스 기법을 적극 도입하며 현지화의 기초를 다졌다. 또한 미국, 유럽, 중국 등에 구축된 글로벌 경영 체제를 통해 세계적인 홈센터를 비롯해 다양한 유통경로를 확보해나간 결과 현재는 세계 80개국 이상으로 수출하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 주택경기가 크게 회복됨에 따라 주력상품인 줄자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향후 행보가, 또 전망이 더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코메론은 소재 생산부터 제품 디자인, 그리고 생산과 마케팅을 수직 계열화해 효율성을 극대화했습니다. 그리고 줄자 끝에 자석을 부착하거나 별도의 인력 없이도 혼자서 길이를 측정할 수 있는 등 철저한 사용자 중심의 연구 성과가 성공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강 대표는 코메론만의 경쟁력을 담담하게 정리한다.

기업윤리와 투명성을 지향하며

하지만 외형적인 성장만이 코메론의 전부는 아니다. 2012년 400억 원대에 진입한 매출이 2013년 440억 원, 2014년 490억 원으로 지속 성장한 내실 있는 성공은 정도경영이라는 기업 이념이 바탕에 자리한 건전한 기업 문화와 투명한 재무구조에 근거해 있다. 기업 윤리와 투명성이 남달리 강조되는 시대적 니즈를 잘 수용하면서 코메론만의 기업 문화를 조성해 나간 것이다.

“항상 직원들이 오고 싶어 하는 회사를 만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직원 자녀들의 학자금을 지원해주는 등 복지를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정기적으로 전 직원이 영화를 함께 보거나, 회사 정원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며 내부 소통 기회를 늘리고 있습니다.”

어쩌면 진짜 코메론의 강점은 단순한 제품 경쟁력이 아니라 이 같은 가족적인 기업 환경에서 나온 단단한 회사 사랑이 아닐까 싶다.
▼강동헌대표 인터뷰▼
사용자 중심의 연구로 최고제품·최고기술 갖춰

강동헌 대표
강동헌 대표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입니다.”

강동헌 대표는 코메론이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할 수 있는 이유로 ‘기술 제일주의’를 꼽았다.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처지지 않는 품질과 혁신기술이 코메론의 놀라운 성취를 이끌었다고 믿는 것이다.

‘자동으로 멈추고 원하는 만큼 감기는 셀프록 기능’, ‘되감을 때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3배속 기어 장착’, ‘양면 눈금기술’, JIS와 KS 1급을 획득한 ‘스틸포켓 기능’과 미국 특허가 부여된 세계적 기술인 ‘자석훅 기능’ 등은 코메론만의 기술 자부심의 일단을 점한다.

“아버님께서는 항상 철저한 사용자 중심의 연구에 매진하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바로 그것이 우리 성공의 소중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강 대표는 코메론이 성공한 이유를, 기술 제일주의의 원점을 이렇게 소개했다.

이미 성공한 기업인, 성공한 회사를 일군 것처럼 보이는 강 대표는 그럼에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위해 더더욱 노력해야 할 일이 많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많은 중소기업이 패배주의에 젖거나, 대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려는 생각이 강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 스스로 독자적인 자생력을 기르고, 소비자 중심-기술 중심의 사고를 일관되게 갖다 보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이에 더해 강 대표는 국내 제조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의 필요성도 강하게 호소했다. “생산 경쟁력을 잃어 국내 제조업이 계속 공동화된다면 우리 경제에도 큰 타격이 있을 겁니다. 하루빨리 정부가 나서서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행정 지원을 더해서, 전 세계 시장을 호령할 수 있는 글로벌 강소기업을 계속 키워내야 합니다. 바로 그것만이 중국의 추격을 받고 미국, 일본을 추격하는 우리가 살길입니다.” 우리 정책 당국은 그의 말을 한 번 더 진지하게 경청해야 할 듯싶다.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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