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어제 대우조선 경영정상화를 위한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신규 대출 및 출자를 통해 산은이 2조6000억 원, 최대 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이 1조6000억 원 등 4조2000억 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산은은 “대우조선이 도산하면 채권단이 막대한 손실을 입을 뿐 아니라 한국 경제와 조선 산업에 부정적 영향이 커 국책 금융기관 주도로 금융지원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은 대규모 해양플랜트 관련 손실과 무리한 해외투자로 올해 5조3000억 원의 영업 손실이 예상된다. 기존의 총 금융채무가 20조 원을 넘는 대우조선에 대한 추가 지원 결정은 회사가 문을 닫는 사태를 막기 위한 고육책이지만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잘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다. 대우조선 구제금융은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대우조선 지원책은 당초 26일 나올 예정이었으나 정부와 채권단은 22일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서 전격 보류하고 노조의 파업 금지, 임금 동결, 자산 매각 등의 자구계획을 요구했다. 지난달 임금협상에서 노조원 1인당 평균 900만 원의 격려금 지급에 노사가 합의한 것을 질타하는 여론이 커지면서 노조가 뒤늦게 정부와 채권단의 요구를 수용했지만 제대로 실행할지 지켜봐야 한다. 대우조선 노조는 27일 채권단에 자구계획 동의서를 제출하면서 인력 구조조정 반대, 윤리경영 감시권한 부여 등 무리한 요구를 함께 전달했다. 대우조선 노사가 자구노력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으면 퇴출까지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산은은 대우조선 전 경영진에 대해 검찰 고발과 손해배상도 청구하기로 했다. 감사원도 산은의 대우조선 관리 실태를 감사해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정부와 채권단이 물렁하기 짝이 없는 대우조선의 자구계획을 받아들인 것은 잘못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경영 및 감독 부실의 책임까지 엄중하게 묻지 않는다면 국민의 지탄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대우조선 노사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지 못하면 이번 지원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그칠 우려가 있다. 대우조선의 방만 경영과 부실은 이 회사가 2000년 산은 자회사로 편입된 뒤 국책 금융기관과 정부가 인사와 경영을 좌지우지한 데서 비롯됐다. 산은도 어제 대책을 발표하면서 ‘근본적인 경영정상화는 조기 민영화’라고 인정한 만큼 대우조선의 민영화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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