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화학계열사 롯데에 매각]‘신동빈의 롯데’ 유통-화학 양날개

삼성 화학사업 인수 의미

롯데케미칼이 삼성SDI 케미칼 부문,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 삼성그룹의 화학사업을 인수하기로 한 것은 화학 분야를 그룹의 주요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또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소송전을 시작하며 경영권 분쟁이 다시 불거진 상황에서, 신 회장은 롯데그룹을 성장시킬 능력이 자신에게 있음을 대내외에 알린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화학 분야는 유통·서비스와 함께 롯데그룹의 큰 축으로 꼽힌다.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한 화학사업의 덩치가 커지면 롯데그룹 전체의 성장 여력도 커진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화학 계열사들이 만들어오던 제품들은 대부분 롯데케미칼이 생산하지 않던 제품이어서 인수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며 “추가되는 제품군이 새로운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지속적으로 화학사업 확대를 추진해오고 있다. 롯데그룹이 올해 초 내놓은 2015년 투자 계획에 따르면 중화학·건설 부문에 1조5000억 원을 쓰도록 돼있다. 유통 부문(3조4000억 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미국 액시올사와 합작으로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 저가의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에틸렌 제조 원료 공장을 짓기로 했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해외 공장 건설 및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따른 자금 조달 문제에 대해 “성장성만 확인된다면 자금 조달은 쉽지 않겠느냐”며 문제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롯데케미칼의 사업 확장에는 신동빈 회장의 남다른 애정도 한몫했다. 신 회장은 1990년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입사하면서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2004년부터 현재까지 12년째 롯데케미칼의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신 회장은 평소에 수시로 롯데케미칼의 공장들을 현장 시찰한다. 올해 8월에는 말레이시아에 짓는 롯데케미칼 부타디엔 고무 공장 준공식에도 직접 참석했다. 29일 발표된 롯데케미칼의 올해 3분기(7∼9월) 매출은 3조347억 원, 영업이익은 4845억 원으로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241% 증가했다. 2004년 그룹 정책본부장에 오르면서 본격적으로 롯데그룹을 이끈 신 회장은 그동안 적극적인 M&A로 그룹을 키워왔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