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7∼12월) 제과업계의 ‘이슈 메이커’는 오리온이다. 지난해 국내에 수입과자 열풍을 몰고 온 과자류 과대포장(일명 ‘질소과자’ 논란)에 대해 정면 돌파를 선언한 유일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오리온은 8월 말 감자스낵인 포카칩 무게를 10%(개당 60→66g) 늘리면서 가격은 올리지 않았다. 지난달엔 같은 방식으로 초코파이 중량을 11.4%(개당 35→39g) 늘렸다.
기업이 생산원가 상승을 자처해 소비자 이익을 늘린 보기 드문 경우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이경재 오리온 사장(56·사진)에게 그 이유를 들어 봤다.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구 오리온 본사에서 만난 이 사장은 한국의 과자 과대포장 관행에 대해 “그동안 잘못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제과업계에서 원가절감 경쟁이 벌어지고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다 보니 과대포장 문제가 생겨났다”며 “잘못된 점이 있으면 우리가 나서서라도 바로잡겠다는 생각에 시도한 것이 중량 늘리기”라고 말했다.
오리온은 지금까지 8개 제품의 무게를 늘렸다. 회사의 국내 매출 가운데 약 60%를 차지하는 제품군이다. 오리온은 초코파이와 포카칩 증량으로만 연간 7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혹시 손해가 나지는 않을까.
이 사장은 “8개 제품의 중량을 늘리는 대신 21개 제품의 포장재 원가 절감에 나섰다”며 “이렇게 비용 절감 노력을 해도 원가 상승 때문에 회사 이익이 줄어들거나 적자가 난다면 그건 우리가 감수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오리온은 지난해부터 연간 88t의 외부 포장재 잉크 줄이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이 사장은 2007년부터 올해 8월까지 8년 동안 베트남 총괄사장을 지냈다. 이 기간에 오리온을 베트남 1위 제과기업으로 만들었다. 해외에서도 질소과자 논란이 있는지 물어봤다. 이 사장은 “해외에 수출하거나 현지에서 생산하는 과자 역시 포장법은 동일하다”며 “다만 한국에서는 제품 가격이 높다 보니 소비자의 불만이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오리온의 중량 늘리기가 실적 반전을 위한 ‘쇼’라며 평가절하하는 시각도 있다.
이 사장은 “올해 실적이 좋지 않은 것은 맞다”면서도 “어려울수록 바른 길로 가겠다는 것이지 얄팍한 장삿속으로 난관을 극복하려고 했다면 다른 방법이 얼마든지 있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중량을 늘린 포카칩의 10월 매출이 9월보다 10% 오르는 등 소비자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는 “최근 다른 회사 사람을 만났을 때 ‘오리온이 살살 좀 해달라’는 말을 들었다”며 “우리가 이런 노력을 그만둘 게 아니라 다른 기업들이 중량 증가에 동참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적어도 대한민국 소비자들이 외면하지 않는 과자를 만들어야 세계 시장에서도 싸울 것 아니냐. 소비자를 이길 수 있는 기업은 없다.” 소비자들의 공분을 산 질소과자 문제에 대해 이 사장이 내놓은 해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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