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클릭 인허가에 용지 반값… 인도 “外企투자 2주면 승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기는 한국경제, 뛰는 선진경제]<4>규제 개혁으로 일어서는 인도

한국전용공단 2016년 입주



2일(현지 시간) KOTRA 인도 뉴델리무역관 직원 허먼트 스와룹 씨가 인도 라자스탄 주 길로트 지구에 조성된 한국기업 전용 공단의 간판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내년부터 이곳에 한국 기업들이 입주한다.

길로트=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한국전용공단 2016년 입주 2일(현지 시간) KOTRA 인도 뉴델리무역관 직원 허먼트 스와룹 씨가 인도 라자스탄 주 길로트 지구에 조성된 한국기업 전용 공단의 간판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내년부터 이곳에 한국 기업들이 입주한다. 길로트=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2일(현지 시간)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차로 2시간 달려 라자스탄 주 길로트 지역에 들어서자 ‘한국 기업 전용 공단’을 알리는 초록색 초대형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100만 m²(약 30만 평) 규모의 이 공단은 이름 그대로 한국 기업들만 입주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곳이다.

라자스탄 주 산업개발투자공사(RIICO)는 2013년 3월 KOTRA와 협약을 맺고 터 조성 공사에 착수해 현재 송전탑 및 수도 공사 등 기초적인 공사가 완료됐다. 올해 3월부터 입주 신청 서류를 받기 시작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기업들이 입주한다.

○ 규제 철폐로 해외 기업 투자 봇물 터지듯

지난해 9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라는 구호를 외치며 제조업 혁신과 규제 개혁을 통한 경제 활성화에 나선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집권 이후 인도는 빠르게 변하는 중이다. 메이크 인 인디아는 해외 기업들의 제조 공장을 인도에 유치해 제조업을 활성화하자는 모디 총리의 경제 개발 프로젝트다.

전 세계를 돌며 “인도에 투자하라”고 홍보하는 모디 총리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지방정부마다 일사불란하게 각종 규제 개혁 정책을 내세우며 외국 기업 투자 유치에 열 올리는 중이다. 조간신문마다 ‘우리 주에 투자하세요’라는 주 정부의 광고가 이어지고 있고 공무원들의 명함마다 메이크 인 인디아를 본떠 각 지역명을 붙인 ‘메이크 인 텔랑가나’, ‘메이크 인 카르나타카’ 등 홍보용 구호가 적혀 있었다.

라자스탄 주는 그중에서도 외국 정부와 협의해 해당 국가 기업 전용 공단 조성에 공들이는 전략을 짰다. 한국 전용 공단은 2007년 인근 님라나 지역에 조성된 일본 기업 전용 공단을 본떠 만든 것이다. RIICO는 2007년 일본과 손잡고 첫 해외 기업 전용 공단을 만들었다. 사실상 인도 내 첫 외국인 직접 투자(FDI) 실험이었다. RIICO는 공단에 입주하는 기업들에 최대 50% 저렴한 임대료로 터를 제공하고 각종 세금 할인 혜택을 주는 파격적 당근 정책을 내놨다. 인도의 전력 및 수도 공급 상황이 불안정한 점을 감안해 주정부가 나서서 자체 변전소와 가스·수도 시설 보장 등을 약속했다. 인도 특유의 복잡하고 많은 행정 서류 절차도 모두 간소화했다.

그 덕분에 올해로 입주 8년째를 맞는 일본 제1공단에는 이미 도요타와 다이킨 등 45개 업체가 입주해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활성화된 공단 내에는 일본인들을 위한 일식당과 호텔, 상가 등도 들어서 있었다. 일본 기업들이 이제까지 님라나에 투자한 금액은 7억 달러(약 8100억 원) 규모로 지역 일자리 창출은 물론이고 인근 인도 기업 전용 공단에 입주해 있는 인도 협력 업체들의 기술 수준도 크게 올라갔다.

○ “누워만 있던 인도 이제 일어나 앉아”

지난해 기존 주에서 분리된 텔랑가나 주에서는 변화를 향한 규제 개혁 바람이 더 적극적으로 느껴졌다. 텔랑가나 주는 외국 기업들의 서류 제출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한 ‘싱글 윈도 서비스’를 도입했다. 과거에는 투자를 희망하는 기업들이 여러 부처를 돌며 오랜 기간을 거쳐 승인을 받아야 했는데 이제는 온라인으로 한 부처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2주 안에 받을 수 있도록 한 것.

마니카 라즈 텔랑가나 주 산업통상부 차관보는 “인프라 확대와 용지 임차료 할인 등 각종 기업 친화 정책을 선언한 이후 주 수도인 하이데라바드를 중심으로 구글, 월마트,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의 투자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국내외 250개 기업이 5만 명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텔랑가나 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구글은 하이데라바드에 미국 외 지역에서는 최대 규모인 연구개발(R&D)센터를 운영 중이며 2019년까지 1만3000명을 신규 고용하기로 했다. 우버도 5000만 달러를 투자해 글로벌 최대 규모의 캠퍼스를 이곳에 조성할 예정이고 이케아와 월마트도 인도 내 첫 투자처로 하이데라바드를 선택했다. 투자 기업이 늘면서 일자리를 찾아 이 지역으로 이주하는 젊은 인구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도 생겼다. 텔랑가나 주는 인구의 47.89%가 29세 이하로 인도에서도 가장 젊은 주로 꼽힌다.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인도 내 변화의 바람이 시작됐지만 기업인들 사이에선 아직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온라인으로 행정 절차를 바꾸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공무원에게 급행료를 쥐여 주지 않으면 일 처리가 진행이 안 된다”라고 했다.

인도 크라이스대 경제학과 연규득 교수는 “인도라는 거대한 코끼리가 누워만 있다가 이제 막 일어나 앉은 단계”며 “워낙 큰 나라이다 보니 한번에 다 바뀌길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변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은 사실인 만큼 국내 기업들이 이 같은 규제 개혁 움직임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 外企천국 벵갈루루, 토종기업 요람으로 ▼

투자유치로 큰 ‘印의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바이오 거점으로 변신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인도 남단의 벵갈루루는 중앙정부가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을 펴기 한참 전부터 외국 기업에 문을 열었다. 구글과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연구개발(R&D)센터가 이곳에 밀집해 있으며 실제 미국 실리콘밸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와 자매결연을 하기도 했다. 현재 인도 전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규제 개혁을 통한 외국 기업 투자의 선진 사례인 셈이다.

5일(현지 시간) 벵갈루루가 속한 카르나타카 주 상업공업부에서 만난 라트나 프라브하 차관보는 “1980년대부터 지구별로 공대와 의대를 세워 고급 인력을 적극 육성했고 1990년대 주정부에서 세계화 정책을 진행하며 해외 기업들이 R&D센터를 세울 수 있는 특별도시를 별도로 조성해 적극적으로 투자를 유치했다”고 설명했다. 1970년대 실리콘밸리를 벤치마킹해 조성된 벵갈루루 외곽의 ‘일렉트로닉 시티’에는 글로벌 IT 기업은 물론이고 인포시스 등 인도에서 성장한 토종 소프트웨어 업체들도 자리 잡고 있다.

인도 마힌드라 그룹의 IT 서비스 계열사인 테크 마힌드라의 에자줄라 칸 이사는 “벵갈루루는 학교에서 기초 교육을 모두 영어로 하는 데다 좋은 의대와 공대가 밀집해 있어 양질의 IT 인력을 그 어느 지역보다 빨리 구할 수 있다”며 “채용 공고를 낸 바로 다음 날 기대 이상의 인재를 찾을 수 있다는 게 기업들 입장에선 최고로 좋은 점”이라고 했다.

좋은 일자리가 많다 보니 벵갈루루의 평균 소득과 소비 수준은 다른 지역에 비해 높다. 샤시드라 카르나타카 주 투자 유치 담당 공무원은 “엔지니어 초봉이 3만∼5만 루피(약 60만∼85만 원) 수준으로 타 지역 평균(2만 루피)의 1.5∼2.5배”라고 했다.

벵갈루루는 이제 한 단계 나아가 스타트업과 바이오산업 거점으로 거듭난다는 게 목표다. 프라브하 차관보는 “인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성장한 플립카트도 이 지역 토종 기업이고 인포시스와 위프로 등도 시작을 벵갈루루에서 했다”며 “스타트업과 더불어 바이오테크의 허브로 도시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키기 위해 바이오 업체들에 각종 세금 혜택을 주고 있다”고 했다. 인도 최대 생명공학 업체인 바이오콘도 벵갈루루에 자리 잡고 있다.

길로트·하이데라바드·벵갈루루=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한국경제#선진경제#인도#규제 개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