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이서 모는듯한 무인차… 입체카메라로 최적 코스 찾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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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무인차 ‘로비’ 스페인 시험장서 직접 타보니

아우디가 개발한 무인자동차 ‘로비’가 사람을 태우지 않은 채 카스테욜리 레이스트랙을 달리고 있다. 카스테욜리=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아우디가 개발한 무인자동차 ‘로비’가 사람을 태우지 않은 채 카스테욜리 레이스트랙을 달리고 있다. 카스테욜리=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요란한 엔진 소리가 계속 귓전을 때렸다. 굽이굽이 자동차도로가 물결치듯 눈앞으로 달려들었다. 급가속을 반복하다 보니 배 속이 흔들리며 복통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옆자리를 쳐다 보니 운전자는 양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앉아 있었다. 모든 운전은 사람이 아니라 자동차가 스스로 해결하고 있었던 것이다.

15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인근 소도시 ‘카스테욜리’에 자리한 자동차시험장 ‘카스테욜리 레이스트랙’에선 독일 자동차 브랜드 아우디가 개최한 자동차 시승행사 ‘아우디 파일로티드 드라이빙 이벤트 2015’가 열렸다.

○ 카레이서만큼 빠른 무인차 현실로

아우디 측은 이 무인자동차를 ‘로비(Robby)’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눈앞에서 살펴본 로비의 모습은 일반 승용차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컵 받침 자리에 각종 스위치를 설치해 놓은 것만 달랐다. 아우디의 고성능 스포츠세단 ‘RS7’에 무인조종시스템을 얹어 만든 것으로 주행성능은 RS7과 완전히 동일하다.

로비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정보를 입력하고, 자동차 앞뒤에 설치된 103도 화각의 입체 카메라로 차선을 읽는다. 처음 도전하는 트랙에선 왼쪽과 오른쪽 가장자리로 한 번씩 돌아본 다음 스스로 최적의 라인을 찾아낸다. 진짜 카레이서가 연습을 거쳐 최적의 라인을 찾아내는 것과 비슷한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다. 실제 주행 땐 타이어 온도, 노면 마찰 등의 변수에 따라 자동으로 운전대와 엔진을 조절하며 최고의 속도를 낸다.

옆에서 살펴본 로비의 운전 실력은 전문 카레이서 못지않았다. 계기판을 힐끗 쳐다 보니 급커브 구간에서도 시속 100km를 간단히 넘겼다. 코너를 돌 때 자동차가 미끄러지지 않는 한계점을 명확히 파악하기 때문이다. 아우디 측은 “같은 차량으로 최고 실력의 카레이서가 운전하는 경우에 비하면 3% 정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안전 문제 등으로 자동차가 라인을 약간 보수적으로 잡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운전경력 20년 일반인 로비보다 19초 뒤져


로비가 약 4.17km의 트랙을 주파해 낸 시간은 2분 8초. 아우디 측은 로비 시승 행사가 끝난 후 취재기자들에게도 동일한 RS7 1대씩을 제공하고 직접 코너를 운전해 보도록 했다. 로비보다 빠른 시간 안에 들어오면 승리한다. 하지만 운전 경력 20여 년인 기자의 랩타임은 2분 27초. 20초 가까운 차이를 보이며 참패한 것이다.

시승 행사에 참여한 황문규 클럽아우디 회장은 랩타임 2분 5초대로 이날 시승자 중 가장 빠른 기록을 냈다. 황 회장은 “전문 운전자는 바퀴를 미끄러뜨리면서도 최적의 속도를 내는 방법을 알고 있다”며 “이런 면에선 아직 기계가 약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우디 측은 이 같은 무인자동차 경주머신 개발을 실제 무인차 개발로 연결할 계획이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무인자동차 제어기술을 연구해야 실제 도로에서 더 안전한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클라우스 페어베옌 아우디 무인자동차 연구책임자는 “시판용 자동차는 운전자가 차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보조하는 정도지만 수년 이내에 발매될 신형 제품은 스스로 길을 찾아다니는 시스템을 장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카스테욜리=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카레이서#입체마케라#무인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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