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퍼와이즈(Transferwise)’라는 영국 기업이 있다. 이 회사는 은행의 전통적인 송금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혁신적인 구조의 국제 송금 서비스를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창업자를 만날 기회가 있어 ‘시장 진입 때 배척받지 않았는가’에 관해 물었다. 놀랍게도 그는 영국 내 금융사들의 적극적 서비스 제휴가 사업 성장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바클레이스(Barclays)’와 같은 글로벌 리딩 은행은 런던 테크시티 지역 내 축구장 3개를 합한 크기인 2만2000m²의 공간을 마련하고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을 지원해 새로운 기술의 도입과 조직문화의 변화를 끌어내고 있다. 시장 파괴적인 스타트업 및 기술들이 당장 일부 금융사업을 위협할지라도, 모든 도전을 받아들이고 필요하면 얼마든지 협업하겠다는 포용력 있는 자세를 유지하겠다는 의도다.
이 덕분에 유럽 전체 핀테크(FinTech) 산업 투자의 53%가 런던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영국 내 핀테크 산업 매출은 약 40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핀테크는 영국의 인력시장 구조까지 바꾸고 있다. 핀테크 스타트업은 3000여 개에 달하고 관련 종사자도 14만 명을 넘어섰다. 명문대 졸업생들 상당수가 대형 금융사가 아닌 핀테크 기업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같은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다.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핀테크에 뛰어들고 있지만, 협업과 동맹이 아닌 경쟁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다양한 핀테크 기술이 선보이고 있지만, 여러 제약으로 인해 범용적 사용이 불가능한 일이 많다. 핀테크가 소비자들의 큰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낭비되는 인적·물적 자원이다. 경쟁은 인류의 진보를 앞당긴 원동력이지만 필연적으로 탈락자를 배출한다. 적정 수준을 넘어선 탈락자는 사회적으로 엄청난 손실이다. 물론 실패가 두려워 도전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동맹과 협업을 통해 위험 부담을 줄이고 성공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경쟁보다 뛰어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같이 살고 함께 번영한다는 뜻의 ‘공존공영’이란 말이 널리 회자되듯 국내 금융업계도 다양한 업종의 기업 또는 스타트업과 공존하고 적극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에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할 때 국내 금융사들도 핀테크 시대 적응을 통해 본질적 경쟁력을 갖춰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핀테크 역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또는 스타트업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핀테크는 금융소비자들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입된 수단 중 하나일 뿐 본질인 금융을 새롭게 정립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의 금융서비스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그리고 새로운 기술을 가진 업체들과 협력해 핀테크 발전을 리드할 수 있을지도 금융사가 자발적으로 고민해야 하며 이에 따른 책임도 금융사가 함께 가져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결단력 있게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 중요하다. 업종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지금 독불장군으로 살아갈 수 없다. 적을 친구로 만드는 경영능력, 즉 부족한 점을 인정할 줄 알고, 남들이 잘하는 것을 자기 것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기업과도 언제든지 손을 맞잡을 수 있는 네트워크도 필수 역량이다.
이것이야말로 성공하는 창조경제의 핵심 DNA라고 볼 수 있으며 또한 미래성장동력 확보와 일자리 창출의 전초기지 역할을 담당하는 창조경제혁신센터 활성화는 전체 산업계에 공통으로 주어진 최우선의 현안 과제라고 생각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