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일을 지정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가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 6개 사가 서울 동대문구청과 성동구청을 상대로 낸 영업시간제한 등 처분취소 청구소송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 및 중소유통업과의 상생발전 등 규제로 달성하려는 공익은 중대하고 보호해야 할 필요성도 크다”며 “소비자 이용빈도가 비교적 낮은 심야나 새벽시간 영업만을 제한하는 것이고 의무휴업일도 한 달에 2일이어서 영업의 자유나 소비자 선택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지자체가 처분을 내리면서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았거나 게을리했다고 볼 사정이 없고 비례원칙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영업제한이 재량권 일탈·남용이라는 대형마트들의 주장에 대해 “지자체들이 규제에 앞서 관련 이해당사자에 대한 의견청취 등의 절차를 거쳤고 공익과 사익의 여러 요소를 실질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 등이 유통산업발전법상 ‘대형마트’의 정의에 맞지 않아 조례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원심 판단도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대형마트로 등록된 대규모 점포에 해당하는지는 일단 대형마트로 개설, 등록됐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등록 형식에 따라 대규모 점포를 일체로 판단해야 한다”며 “개별 (임대) 점포의 실질을 다시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규모점포 전체의 유지나 관리를 책임지는 대규모점포 개설자만이 지자체 처분의 상대방이 되고, 임대 매장의 업주는 처분의 상대방이 아니다”며 “임대 매장 운영자에게 사전통지나 의견청취 등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김용덕, 김소영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통해 “이 사건에서 규제 대상은 ‘상품의 판매에 직접 제공되는 장소’로 한정해야 하고 이를 지원하는 ‘용역제공 장소’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지자체가 처분하면서 상품판매 장소와 함께 용역제공 장소까지 규제 대상으로 삼은 것은 위법해 분리해서 취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김창석, 박상옥 대법관은 대규모 점포의 ‘관리의 일체성’ 측면에서 용역제공 장소도 규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보충의견을 냈다.
지자체와 대형마트의 소송은 ‘골목상권 논란’이 일던 2012년 1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 조항이 신설되면서 시작됐다.
지자체들은 신설 조항에 따라 ‘자치단체장은 오전 0∼8시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매월 둘째·넷째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례를 공포하고 대형마트의 영업을 규제했고, 이에 반발한 대형마트들은 같은 해 12월 소송을 냈다.
앞서 1심은 “의무휴업일 지정 등으로 대형마트의 매출과 이익 감소분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중소유통업자나 소상인, 전통시장의 매출 증대에는 큰 영향을 미쳐 공익 달성에 효과적”이라며 지자체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은 1심 판결을 뒤집었고, 대법원은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공개변론을 열었다.
대법 대형마트. 사진=동아일보 DB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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