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친환경 자동차 등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
대기업들 앞다퉈 전기절약…해외법인에서도 자원 재활용
‘태양광 등 자연 에너지.’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8월 초 동아일보가 국내 산업 분야 오피니언 리더 10명에게 ‘2045년 기업의 신성장동력은 어떤 분야일지’ 설문(2개 복수 선택)한 결과 25%가 자연 에너지를 꼽았다. ‘무인 자동차 등 무인화, 스마트화’(30%)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응답이었다. 이 설문에는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 등 경제연구원 원장과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등 기업인들이 다수 참여했다.
에너지는 일상생활을 영위하게 해 주는 중요한 자원일 뿐 아니라 기업이 투자하고 연구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더구나 핵심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힐 정도로 산업적 위상이 높다.
에너지는 미래 성장동력
기업이 에너지 개발에 얼마나 전력투구하고 있는지는 LG그룹의 사례에서 잘 나타난다. LG그룹은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친환경에너지의 생산부터 저장, 사용에 이르기까지 3단계 사업 역량을 모두 갖추고 있다.
우선 LG전자는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고 있다. 태양광 모듈은 태양광 셀을 기판에 모아 놓은 것으로 태양광을 에너지로 사용하기 위한 첫 작업 단계에 해당한다. LG화학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만들고 있다. 수도꼭지를 틀어 물을 사용하고 필요 없을 때 잠그기만 하면 되듯 ESS는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손쉽게 꺼내 쓸 수 있게 만들어 준다. LG CNS는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을 개발하고 있다. EMS는 무형의 에너지를 눈에 보이게끔 형상화해 주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LG는 에너지솔루션 분야에서 지난해 2조7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7년에 4조 원 대 후반까지 성장시킨다는 목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친환경 자동차부품과 에너지솔루션 분야에서 더 나은 고객의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 신사업은 1등을 하겠다는 목표로 철저하고 용기 있게 키워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화그룹도 태양광을 성장 동력 중 하나로 보고 적극 개발 중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11년 10월 한화그룹 창립기념일 기념사를 통해 “태양광 같은 미래 신성장 사업은 장기적인 시각에서 투자하며 그룹의 새 역사를 이끌 소중한 토대로 키워 가야 한다. 눈앞의 이익이나 불확실한 사업 환경에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당시 태양광이 침체기에 접어들던 시대였지만 오너가 사업에 힘을 실어 준 것이다.
이런 분위기 덕분에 삼성그룹이 2010년 태양광 사업을 ‘5대 신수종 사업’ 중 하나로 선정했다가 지난해 사실상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한화는 여전히 태양광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그 성과도 점차 나오고 있다.
한화큐셀은 현재 충북 진천에 1.5GW의 태양광 셀 공장을 짓고 있다. 또 최근 충북 음성에 250MW 규모 태양광 모듈 공장을 추가로 지었다. 진천에서 만든 태양광 셀을 승용차로 약 20분 거리인 음성으로 가져와 조립해 모듈을 만들면 된다. 해외에서 셀을 수입해 모듈로 만들 때보다 물류비를 획기적으로 줄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큐셀은 올해 3분기 매출 4938억 원, 영업이익 466억 원, 당기순이익 606억 원을 올렸다. 한화큐셀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였지만 올해 2월 한화솔라원과 합병하면서 2분기에 영업이익 첫 흑자를 달성했다. 이후 3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약 40배나 뛰었다.
삼성SDI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배터리와 ESS 사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IAA 모터쇼’에서 삼성SDI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제조 기업 중 유일하게 참가해 전기차 배터리와 자동차용 소재 전시로 눈길을 끌었다.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도 주목받고 있다. SK E&S는 전남 신안과 경남 양산 등에 99.6MW 규모의 풍력발전 사업을 개발하고 있다. 완공되면 5만여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또 지속 가능한 미래 사업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ESS, 바이오에너지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를 아껴라”
기업들은 에너지 절약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제조업체의 경우 에너지 비용을 줄일수록 전체 경비가 줄어들어 제품 경쟁력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다양한 에너지 절감 장치를 도입하거나 더 ‘똑똑한’ 사용 방법으로 에너지 아껴 쓰기에 나서고 있다.
24시간 기계를 돌려야 하는 GS칼텍스 여수공장의 경우 지난해 4월부터 디지털 타이머를 도입했다. 각 시간대에 맞게 자동으로 불을 켜거나 꺼 조도를 조절해 주니 에너지를 큰 폭으로 절약할 수 있었다. GS칼텍스는 또 주유소, 건물 옥상 등 각 사업장 내 유휴 공간에 태양전지 모듈을 설치해 해당 시설에 필요한 전력을 태양광 발전을 통해 얻을 수 있게끔 해 놨다.
SK하이닉스는 적은 전력으로 더 높은 성능을 내는 제품 개발을 통해 에너지 절약에 기여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LPDDR4 D램’. LP란 저전력 제품을 뜻한다. 일반 D램보다 전력 소모가 적어 각종 휴대용 기기에 많이 사용된다. SK하이닉스의 20나노급 8Gb LPDDR4는 기존 LPDDR3에 비해 전력 효율을 30% 이상 높였다.
KCC는 2010년부터 경기 용인에 있는 KCC중앙연구소에 건축에너지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에너지 절감 기술을 개발해 실제 건축물에 적용하고 장기간에 걸쳐 효과를 실험하겠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다양한 에너지 절감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전력 수급이 불안정한 아프리카 지역 주민들을 위해 삼성전자는 오프그리드 TV를 개발했다. 오프그리드 TV는 태양광 충전 배터리와 일반 직류, 교류 전원을 모두 이용할 수 있어 어디서나 TV를 시청할 수 있다. 심지어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도 태양광 충전 배터리로 TV를 볼 수 있다.
삼성의 헝가리 법인은 폐전자제품의 자원 재활용을 활성화하고 어린이들에게 재활용 습관을 심어 주기 위해 2013년부터 폐휴대전화 반납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법인은 지난해 4월 120여 명의 임직원들이 인도네시아 마룬다 해변에 맹그로브 나무를 심어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는 행사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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