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올해 3분기(7∼9월) 아파트 초기 분양계약률이 80%를 밑돈 시군구가 전 분기의 갑절 이상으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분양된 지 몇 달이 지나도 팔리지 않는 아파트가 전국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다.
‘분양 불패’ 지역으로 불리던 서울과 영남 지역에서도 새 아파트의 미계약이 발생하면서 올해 초부터 이어진 분양시장 활황세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미경 의원이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3분기에 전국에서 아파트 초기 분양계약률이 80%를 밑돈 시군구는 13곳으로 2분기(4∼6월·6곳)보다 2배 이상으로 늘었다. 광역시와 도 단위의 초기 분양계약률은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분기마다 공개하고 있지만, 시군구별로 초기 분양계약률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서울 부산 등 2분기에 모든 단지가 ‘완판’됐던 지역에서 3분기 들어 미계약분이 발생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3분기 은평구(84%) 등의 일부 단지가 미계약으로 남았다. 인천도 서구(76%) 연수구(77%) 등의 초기 계약률이 2분기 100%에서 3분기 70%대로 떨어졌다.
분양 열기가 뜨겁던 부산 울산 경남 경북 대구 등 영남 지역에서도 미계약분이 많이 나왔다. 2분기에 거제시를 제외한 모든 곳이 초기 분양계약률 90%를 넘은 지역이다. 거제시(44%)와 경북 상주시(58%) 등 비교적 외진 지역의 계약률이 특히 저조했다. 분양특수를 누렸던 부산의 사하구(64%) 동래구(84%)에서도 미분양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경기의 경우 3분기 초기 분양계약률이 92%로 전 분기(89%)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광주(74%), 이천(85%) 등 외곽 지역 계약률은 1분기(1∼3월)보다 낮아졌다.
최근 분양 아파트의 계약률이 떨어진 이유는 건설사들이 ‘밀어내기 분양’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입지가 좋지 않은 곳에도 무리하게 아파트를 공급했다는 것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분기 전국에서 분양된 아파트는 14만여 채로 전 분기(4만7000여 채)보다 3배 가까이로 늘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도권 택지지구 내에서 입지가 가장 좋은 아파트들이 대부분 올 초에 분양됐다”며 “나중에 분양된 단지는 가격이 높고 입지 여건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을 까다롭게 한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와 금리 인상 우려로 분양 수요가 위축된 영향도 있다. 분양권을 되팔아 시세 차익을 얻으려던 투자 수요자들이 이를 악재로 보고 관망세로 돌아선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 부산 등 투자 수요자가 몰린 지역에서는 분양 초기 웃돈이 붙지 않으면 당첨자들이 대거 계약을 해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진짜 폭탄은 내년에 터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4분기(10∼12월)에만 전국에서 아파트 16만 채(예정 물량 포함)가 분양되는 등 연말까지 주택 공급량이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분양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경기 김포 용인시 등에서 청약이 미달되는 단지가 나와 연말 분양을 앞둔 회사들이 긴장하고 있다”며 “3, 4분기에 분양한 단지들의 평균 계약률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계약률 하락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시각도 있다. 당분간 새로 조성되는 택지지구가 없어 내년 초부터는 대단지 공급이 드물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부 지역의 공급 과잉 우려가 있어 시장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내년 주택 공급량이 올해보다 30%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여 분양시장이 급격히 냉각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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