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온실가스 배출 32% 줄이자”… 천연가스 발전 확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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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리는 석탄발전시대]<중>‘클린파워플랜’ 본격화

20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퀸스 롱아일랜드시티에 위치한 2480MW 규모의 레이븐스우드 천연가스 발전소. 뉴욕은 전체 전력 생산 중 천연가스 비중이 47.7%로 가장 높다. 뉴욕=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1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의 환경보호청(EPA) 1153호실에서 열린 ‘클린파워플랜(Clean Power Plan)’ 공청회.

시민단체, 환경기구, 에너지 사업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활발히 의견을 개진하는 자리였다. 이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8월 천명한 클린파워플랜과 관련해 자신들의 입장과 건의사항 등을 EPA 관계자들에게 설명했다.

EPA는 현재 5개 주에서 공청회를 열고 있다. 이날 워싱턴 공청회에서 EPA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한 사람당 5분씩 총 79명의 이해관계자에게서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정부가 내놓은 정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2008년 대통령 선거운동 당시 기후변화와의 싸움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8월 온실가스 배출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발전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해 청정발전계획(클린파워플랜)을 수립해 발표했다. 2030년까지 발전부문의 온실가스를 2005년 대비 32% 감축한다는 장기 마스터플랜을 내놓고 현재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강력한 규제조치를 실행 중이다.

주요 내용은 신규 석탄발전소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계수 상한선을 천연가스 발전 수준으로 설정해 이를 충족하는 석탄 발전소에 한해서만 신규 건설을 허용함으로써 사실상 신규 석탄 발전소의 진입을 금지시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9월에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양국의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중국은 2017년부터 전국적인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을 도입해 온실가스 줄이기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중국은 7개 지역에서 탄소배출권 거래를 시험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중국 전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미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5년까지 2005년 수준보다 26∼28%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오바마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총력전을 펼치는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미국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지난해 총 64억8700만 t 배출해 불명예스러운 1위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실질적인 1위는 중국이지만 OECD 회원국 아님). 한국은 총 배출량 6억8800만 t으로 6위다.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석탄 발전을 규제하고 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강화하는 게 해답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에서 현재 가동 중인 석탄발전소의 90% 이상이 40년 이상 가동한 노후 발전소로 정부는 2020년까지 대부분 폐쇄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미국 석탄 발전 사업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미국 상장 석탄 기업들 시가총액은 2011년 780억 달러에서 지난해 194억 달러로 크게 줄었다.

미국 전체 발전 부문에서 석탄 비중은 10년 전만 해도 50%에 달했으나 2013년 40%, 올해 8월에는 34.9%까지 떨어졌다. 2030년이면 미국의 발전원은 천연가스(33%), 석탄(27%), 신재생(21%), 원자력(19%) 순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석탄 발전소들이 폐쇄되면 신규 발전소 건설비용이 발생해 소비자들은 2025년까지 평균 7%의 요금 상승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EPA 측은 “탄소배출량이 크게 줄고 기후 및 보건 측면에서 930억 달러의 혜택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정부의 클린파워플랜에 협조하겠다는 기업도 늘고 있다. 존슨앤존슨, P&G 등 80여 개 기업이 ‘기후변화에 관한 미국기업행동’에 서약했다.

반면 석탄의존도가 높은 지역의 일부 의원이 “오바마 정부가 석탄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무마하고 지역 경제 다각화를 위해 석탄 의존도가 높은 12개 주에 1500만 달러(약 171억 원)를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 차원에서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석탄발전소를 대체할 현실적 대안으로 천연가스가 떠오르고 있다. 천연가스 발전소 건설도 확대되고 있으며 셰일가스 공급 확대로 가스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점도 발전 시장 재편의 주요 배경이다.

BGR 컨설팅그룹의 크리스토퍼 곤캘브스 회장은 “미국에서 천연가스 발전이 석탄 발전을 대체하는 이유는 가스 가격이 저렴하고 공해물질도 석탄 대비 절반 수준이며 천연가스 발전소의 건설공기(工期)도 짧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클린파워플랜을 총괄한 케빈 컬리건 미국 EPA 대기환경보전 담당국장은 “미국의 온실가스 감축계획에 가장 부합되면서 전환비용이 적게 드는 효율적 선택이 천연가스 발전”이라며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가 가장 큰 발전원이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며 천연가스 발전은 신재생에너지원의 한계를 커버하는 역할을 지속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뉴욕=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미국#온실가스#클린파워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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