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 원대 방위사업 비리에 연루된 공군 예비역 부사관 출신 50대 사업가가 276억 원의 세금을 체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업가를 포함해 올해 새로 드러난 고액 상습 체납자들이 내지 않은 세금만 3조8000억여 원으로 조사됐다.
국세청은 고액·상습 체납자 2226명(개인 1526명과 법인 700곳)의 명단을 인터넷 홈페이지(www.nts.go.kr)에 새로 공개했다고 25일 밝혔다. 국세청은 5억 원 이상의 국세를 체납 이후 1년 넘게 내지 않고 버티고 있는 개인이나 법인의 명단을 매년 공개하고 있다. 이번에 추가된 체납자들이 내지 않은 세금은 총 3조7832억 원이다. 1명 또는 법인 1곳당 평균 17억 원의 세금을 체납한 셈이다.
올해 새로 공개된 고액·상습 체납자 1위는 전투기 정비업체 ㈜블루니어의 박기성 전 대표(54)로 276억 원의 세금을 안 냈다. 공군 부사관 출신인 박 씨는 구입하지도 않은 부품으로 공군 전투기를 정비한 것처럼 서류를 가짜로 만들어 243억 원의 정부 예산을 가로챈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된 바 있다. 박 씨는 올 7월 1심에서 징역 6년에 벌금 30억 원을 선고받았으며 조세포탈 혐의로 다시 기소돼 이달 초 징역 2년 6개월에 벌금 47억 원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박 씨의 개인체납 세금과 별도로 블루니어는 법인 명의 세금 179억 원도 내지 않아 법인 고액·상습 체납자 순위 7위에 올랐다.
이어 오메가게임랜드의 신성엽 씨(225억 원), 대동인삼영농조합의 김용태 전 대표(219억 원)가 개인 체납 순위 2, 3위에 이름을 올렸다. 2008년 1월 회삿돈 157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종민 전 퓨쳐비젼㈜ 대표(49)는 149억 원의 세금을 내지 않아 10위에 올랐다.
법인 중에서는 CNH케미칼(대표 박수목)이 490억 원을 체납해 1위에 올랐고, SSCP(대표 오정현)가 체납액 403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연 매출액이 1730억 원이던 SSCP는 2012년 9월 12억 원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된 뒤 코스닥에서 상장 폐지된 회사다. 일각에서 부도 이후 오 대표가 조세피난처 국가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830억 원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통해 오 대표에게 수백억 원의 세금을 추징하고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사실이 지난해 국정감사를 통해 알려졌다.
국세청은 올해 9월을 ‘현장수색 집중기간’으로 정해 재산을 빼돌려 호화 생활을 하는 고액 체납자들을 추적한 끝에 이 중 137명을 형사고발했다고 밝혔다. 대구의 한 전원주택에 사는 서모 씨는 부동산 경매에 따른 양도소득세 9억 원을 내지 않고 버티다가 국세청의 재산추적 조사를 받았다. 국세청 조사관들은 서 씨의 집 마당에 놓인 재래식 가마솥의 부뚜막 아궁이 잿더미 속에서 5만 원권 지폐 5억 원과 1억 원 상당의 미화 100달러 다발이 들어 있는 검은색 가죽가방을 발견했다.
또 소득세 등 수백억 원을 체납한 중소기업 대표 이모 씨는 미국에 세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회삿돈을 빼돌려 서울 성북구에 호화 단독주택을 80억 원에 구입했다. 국세청은 이 씨 집에서 고급 와인 1200병과 명품 가방 30개, 골프채 세트, 거북선 모양의 금장식 등을 발견해 압수했다.
한편, 현재 상습 고액 체납자 1, 2위는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체납액 2225억 원)과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1073억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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