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생산 9개월만에 최대폭 감소 수출 부진 속 내수로 근근이 버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일 03시 00분


10월 ―1.3%… 5개월만에 감소세

수출 부진의 골이 깊어지면서 10월 한국의 산업 생산이 5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작년 7월 취임한 이후 재정 정책,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단기 대책으로 소비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기업 환경 개선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해 ‘정부의 경제팀장’으로서의 최종 성적이 미흡한 수준에 머물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이 30일 내놓은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0월 전체 산업 생산은 9월보다 1.3% 감소했다. 올해 1월(―1.9%)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 수출 부진으로 반짝 회복 후 추락

월별 산업 생산은 올해 6월 0.6% 늘어난 뒤 7월 0.5%, 8월 0.5%, 9월 2.5% 등의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9월의 증가 폭(2.5%)과 관련해 정부는 “소비 회복이 생산 및 투자 증가로 이어지며 9월 전 산업 생산이 54개월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달인 10월에 산업 생산이 꺾이면서 9월의 회복세가 ‘반짝 경기’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 생산이 위축된 것은 수출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10월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9%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다음 해인 2009년 8월(―20.9%) 이후 6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수출 감소 폭이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성장 둔화와 유럽 경기 부진의 여파로 수출 경기에 크게 영향을 받는 광공업 생산이 9월보다 1.4% 감소했다. 10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73.8%로 9월보다 1.4%포인트 감소했고 기업의 설비투자 규모는 같은 기간 0.8% 줄었다. 국내 기업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공장 가동을 중단할 뿐 아니라 설비를 늘릴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이다.

○ 정부는 성장률 수치에 집착

최 부총리는 최근 연구기관장과의 간담회에서 “3분기(6∼9월)에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1.2% 성장률을 보였고 민간 소비 반등, 설비투자 증가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내년에 3%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초라한 성적의 10월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한 직후에도 기재부는 별도 참고자료를 내고 한국의 1∼9월 경제성장률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양호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 한국의 1∼9월 성장률은 2.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1%)보다 나은 편이다.

하지만 산업 생산의 월별 흐름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1년 전과 비교한 성장률이 양호하다는 점만 들어 상황을 낙관하는 것은 잘못된 진단이라는 지적이 많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예상 못 했던 수출 부진이라는 한 가지 요인만으로 0.8%포인트 정도 깎인 상태다. 향후 수출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면 2016년 성장률은 올해와 비교할 때 0.8%포인트가량 저절로 상승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수치상의 반등에 일희일비할 게 아니라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는 근본적인 노력해야 할 때라고 본다.

한편 10월 소매 판매는 9월보다 3.1% 증가했다. 2011년 1월(4.0%) 이후 5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의류 같은 준내구재 판매(8.1%)가 큰 폭으로 늘어난 데다 가전제품 등 내구재 판매도 7.7% 증가했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의 효과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런 소비 증가세를 기업의 생산과 투자로 연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래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다 보니 기업이 생산과 투자를 과감히 늘리기 힘든 상황”이라며 “노동 개혁, 규제 완화와 함께 중국의 기술 추격을 뿌리칠 수 있는 산업의 비전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산업생산#수출부진#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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