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전면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1일 발표되는 2016년 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파격’ 대신 ‘안정’을 택했다.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미래전략실과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주요 사장단 대부분이 바뀌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인사는 이 부회장이 와병 중인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대신해 재가하는 사실상의 첫 인사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까지도 “이번 인사는 제가 한 게 아니다”라는 말을 자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주말 동안 인사평가 작업을 모두 마친 삼성 인사팀은 30일 개별통보를 했다. 1일 임명되는 신임 사장단은 2일 수요사장단협의회에 처음 참석한다.
이번 인사에서는 재계에서 예상했던 만큼의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아직 승계 과정이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미래전략실 관련 팀에는 큰 변화를 두지 않기로 했다.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 장충기 차장과 이들의 지휘를 받는 기획팀과 커뮤니케이션팀은 팀장 이하 대부분 변화 없이 팀원들의 승진도 최소화했다. 올해 승진 후 계열사 사장행이 유력하게 점쳐졌던 정현호 인사팀장도 미래전략실에 남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 본인이 아직 회장으로 승진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꺼번에 다 바꾸기엔 무리라는 분위기”라며 “내년 상반기(1∼6월) 중 승계 작업이 끝난 뒤 인사 수요에 맞춰 추가 인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등 주력 계열사의 수장들도 큰 변동이 없다. 반도체 등 부품(DS) 사업을 총괄하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과 소비자가전(CE) 부문의 윤부근 사장, IT모바일(IM) 부문 신종균 사장 모두 남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남 DS 부문 사장은 반도체 부문을 그대로 맡으면서 스마트카용 반도체 등 관련 융·복합 사업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방산·화학 계열사 매각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해당 계열사 대표들 중 누가 ‘부활’하는지도 재계가 집중하는 관전 포인트다. 삼성 인사팀장과 삼성인력개발원 부원장을 지낸 성인희 삼성정밀화학 대표(사장)와 삼성그룹 기획통인 상영조 삼성BP화학 대표(부사장) 등은 삼성맨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계속 이어져 온 사업 재편 작업의 결과로 건설·상사·패션·리조트/건설 등 4개 부문 계열사가 ‘한 지붕 네 가족’ 형태로 모여 있는 삼성물산도 이번 인사에서 일부 부문은 수장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1977년 제일모직 사장을 시작으로 30년 넘게 최고경영자(CEO)를 맡아온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76)은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2003년부터 삼성 라이온즈 구단주를 맡고 있다. 2009년 사장으로 승진한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장도 물러난다.
한편 삼성은 퇴임하게 될 임원들에게도 30일 오후 미리 통보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예년보다 2, 3일 앞당겨진 것이다. 임원 인사는 사장단 인사가 발표된 뒤 이번 주중에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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