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젊은 사업가들 “까다로운 유럽시장, 될 때까지 두들길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일 21시 57분


“까다롭고 높기로 유명한 유럽연합(EU)의 진입장벽, 저희가 한 번 깨 보겠습니다.”

유럽의 ‘심장’으로 불리는 벨기에 브뤼셀에 최근 한국의 젊은 사업가 30여 명이 동시에 발을 디뎠다. 이들은 유럽연합(EU)의 공공조달 시장 진출을 시도하기 위해 파견된 한국 시장개척단. 이들은 12개 EU 회원국의 59개 업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코트라(KOTRA)가 주최한 이틀간의 기업 설명회와 비즈니스 미팅에 참여했다.

LED조명이나 의료기기 외에 환경 분야 기업들이 참여한 것은 처음. 폐수와 슬러지 처리, 상하수도 같은 수처리 시설 및 관련제품 분야에서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참여했다.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우수환경기업’으로 지정, 지원하고 있는 중견업체들이다.

에이앤티21의 고경한 부사장은 한 기계공고에서 교사를 하다 뒤늦게 사업에 뛰어든 공학도 출신의 경영인. 친형과 의기투합해 만든 원통형 모양의 폐수처리 제품으로 연 4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는 “유럽시장은 기준이 까다롭고 언어장벽도 높은데다 시장이 요구하는 기술의 내용을 잘 몰라 실패한 경험이 있다”며 “그래도 워낙 크고 중요한 시장이라 계속 두들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국워터테크놀로지의 반대성 부사장은 영어학원 강사 출신으로 환경기업 운영에 뛰어들었다.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유럽 각국의 바이어들과 대화를 나누며 분주한 모습이었다. 반 부사장은 “EU 관계자들이 우리 제품을 보고 ‘신기한 기술’이라며 이것저것 질문했다”고 전했다. 고열로 슬러지를 건조시키는 대신 전기자극을 줘서 수분을 빼내는 ‘틈새 기술’로 에너지 사용량을 기존의 3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는 점에 다들 큰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다.

EU의 공공조달 시장은 1조7000억 유로에 이르는 거대 시장임에도 한국 기업들의 진출 실적은 미미한 실정이다. 물리적으로 거리가 먼데다 독일 등 서유럽의 기술에 밀려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2020년까지 동유럽의 인프라 구축을 위한 EU 기금이 집중 배정되면서 다시 국내에서 조명받고 있다. 정부도 한-EU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계기로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지에서 만난 덴마크 관계자는 “한국의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심이 있어서 이번에 처음으로 참석했다”고 했다. 3년째 참석한다는 헝가리 관계자는 “아직 거래가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매년 관심있게 한국 기업들을 살펴보고 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브뤼셀=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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