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경제]“남들 인생 결승선 보지말고 내 결승선 보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일 03시 00분


조은아·경제부
조은아·경제부
‘1976년 2월 금오공고 졸업, 1985년 2월 성균관대 행정학과 졸업.’

이 한 줄만 보면 1980년대 취업에 여러 차례 실패하며 졸업을 미룬 ‘취업 장수생’의 이력서로 보입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9년이 걸렸으니 장수생 중에서도 꽤 고참일 듯합니다. 게다가 공고를 졸업한 뒤에 행정학과에 진학한 이력도 특이합니다.

이 이력의 주인공은 지난달 25일 임명된 최정호 국토교통부 제2차관(57)입니다. 최 차관은 다른 학교 친구들보다 대학에 5년 늦게 들어갔습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세운 기술전문 고등학교 ‘금오공고 1기’ 졸업생입니다. 학교 방침에 따라 졸업 후 5년간 기술하사관으로 군 복무를 했기 때문입니다. 최 차관은 “친구들이 대학 신입생으로 인생의 황금기를 누릴 때 부산의 한 부대에서 차량을 수리했다”고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제대를 하고 대학에 들어갈 수 있을지, 취업을 할 수 있을지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게 없던 불안한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기회는 군 생활 3년 차에 찾아왔습니다. 부대에서 생활하던 그에게 3년째부터 출퇴근이 허락됐다고 하네요. 오후 5시경 퇴근하자마자 부대 바로 옆 학원으로 향했습니다. 대학에서 행정학을 공부하고 공무원이 되겠다는 새로운 꿈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대학 3학년의 나이에 고교 1학년 후배들과 영어와 수학 공부를 했다고 합니다. 그가 졸업한 공고는 직업교육에 특화돼 대학입시 준비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입니다. 대학 졸업을 코앞에 둔 친구들을 만나면 스스로 작아지는 느낌도 받았지만 ‘부러워만 할 수는 없다’며 이를 악물었다고 합니다.

‘늦깎이 수험생활’ 끝에 1981년 제대와 동시에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남들보다 5년이 늦었다는 생각에 곧바로 행정고시 준비에 몰입했고 그 결과 4학년 때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관료로 일하면서도 승진이 그리 빠른 편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요즘 같은 연말 대학입시나 입사시험에, 승진에 줄줄이 미끄러져 스스로 ‘지각 인생’을 살고 있다고 여기는 이들에게 최 차관은 말합니다. “결승선이란 건 하나만 있는 게 아니고 여러 개라고 생각해요. 자기만의 결승선을 바라보세요. 다른 사람의 결승선을 바라보며 불행하다고 자책만 할 일이 아닙니다.”

조은아·경제부 achim@donga.com
#최정호#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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