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삼성 사장단 인사는 마지막 최종 결재 과정에서 규모가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조직의 안정을 추구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삼성에 정통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아직 이 부회장 본인의 자리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서둘러 인사 칼날을 휘두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자리를 비운 지 만 2년이 넘어가는 내년 중순 이후에야 본격적인 이재용 체제의 진짜 색깔이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이번 삼성 사장단 인사에는 승계나 지배구조와 관련된 인물은 전혀 없다. 아직 경영 승계 과정이 진행 중인 만큼 승계 관련 부서 및 인력에는 큰 변화를 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은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실차장(사장) 체제를 유지한 채 법무팀장인 성열우 부사장과 인사팀장인 정현호 부사장을 사장으로 동반 승진시켰다. 당분간 미래전략실은 큰 변화 없이 이 부회장 체제로의 변신에 주력할 것으로 전해졌다.
변화는 최소화했지만 아버지가 그랬듯 이 부회장 역시 ‘신상필벌’의 인사 원칙은 확실히 지켰다. 좋지 않은 경영 여건 속에서도 의미있는 실적을 낸 사람들은 승진시켰다. 특히 무선, 반도체 등 삼성전자 핵심 제품의 개발을 진두지휘한 인물을 사장으로 승진시킴으로써 ‘기술 안목을 갖춘 경영자’를 우대하는 인사 원칙을 확인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신임 사장은 상품 기획 전문가로 무선사업부에서 상품 기획과 기술 전략 등을 도맡아 신종균 사장과 함께 갤럭시 성공 신화를 이끌어 온 인물이다. 지난해 말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으로 부임해 갤럭시S6 시리즈와 갤럭시노트5 등 플래그십 모델 개발을 책임졌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녹스(모바일 보안솔루션)와 삼성페이 등 갤럭시 전용 소프트웨어의 잇따른 출시도 빠른 승진에 영향을 미쳤다.
권오현 부회장의 뒤를 이어 종합기술원장을 맡게 된 정칠희 사장은 LSI개발실장, 플래시개발실장, 반도체연구소장 등을 맡아 온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 창조의 주역 중 한 명이다.
다른 계열사도 마찬가지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첫 대표이사 사장이 된 고한승 신임 사장은 2012년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를 맡아 불모지에서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일군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호텔신라 한인규 신임 사장도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 진출과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권 획득 등의 공을 인정받아 승진했다.
이처럼 ‘승진시킬 사람은 승진시킨다’는 원칙 덕에 올해 사장 승진자는 6명으로 전년의 2배다. 40명대로 감소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던 삼성 사장단 규모는 52명으로, 1명이 줄어드는 데 그쳤다. 신상(信賞)이 확실했던 만큼 필벌(必罰)도 명확했다. 실적이 좋지 못했던 삼성물산 패션사업 부문을 비롯해 최근 선수들의 도박 파문이 일었던 스포츠단 사장들이 자리를 내놔야 했다. 삼성은 임원 인사도 이번 주 내로 마무리해 발표한다. 임원 인사를 마친 뒤 다음 주 중 조직 개편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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