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저렴한 수수료와 손쉬운 거래방법을 앞세운 상장지수펀드(ETF)가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ETF는 코스피 같은 특정지수나 원유 등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나도록 설계된 펀드다. 일반 펀드와 달리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내년부터 개인연금의 ETF 투자를 허용하는 등 금융당국도 ETF 시장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어 현재 20조 원대로 덩치를 키운 ETF 시장이 2020년에 50조 원대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저렴한 비용으로 분산투자”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현재 국내 ETF 시장의 순자산 총액은 20조9761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조3200억 원 이상 늘었다. 상장된 ETF 종목도 같은 기간 172개에서 200개로 급증했다. 2002년 10월 순자산 3000억 원 규모로 문을 연 ETF 시장이 2012년 처음으로 10조 원대를 돌파한 데 이어 3년 만에 20조 원대 시장으로 급성장한 것이다. ETF 중 순자산 1위(4조5118억 원)인 ‘삼성 코덱스(KODEX)200’은 웬만한 주식형펀드보다 덩치가 크다.
ETF 시장이 주목을 받는 것은 일반 펀드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자산에 손쉽게 분산 투자할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일반 펀드는 매수할 때 1~3일, 환매할 때 최장 10일까지 걸린다. 하지만 거래소에 상장된 ETF는 증시 개장 시간에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언제든 매매할 수 있다. 환매 수수료도 없다.
또 일반 펀드는 판매수수료와 운용보수를 더해 거래비용이 투자원금의 2% 안팎인데 비해 ETF는 평균 0.3% 수준에 불과하다. 1%의 수익률이 아쉬운 초저금리 시대에 ETF의 싼 거래비용이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ETF 신상품 잇달아
새로운 투자기법을 적용한 ETF 신상품도 크게 늘고 있다. 올 들어 신규 상장한 ETF만 41개나 된다. 최근엔 금융당국이 기초자산 가격이 떨어질 때 오히려 2배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인버스 2배 ETF’를 허용하면서 관련 상품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지난달 미국 달러 선물지수가 하락하면 수익률이 2배로 오르는 구조의 ‘코세프(KOSEF) 미국달러선물 인버스2X’가 상장된 데 이어 이달 3일엔 금값이 하락할 때 2배의 수익을 내는 ‘킨덱스(KINDEX) 골드선물 인버스2X’도 상장될 예정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올 들어 다양한 신상품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 데다 ETF가 저금리, 저성장 시대의 효율적인 자산 관리 수단으로 부각되면서 투자수요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ETF 활성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내년부터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이 ETF 상품을 편입할 수 있도록 규제가 풀린다. 또 해외주식형 펀드와 마찬가지로 국내에 상장된 해외주식형 ETF에도 비과세 전용 상품이 도입된다.
ETF는 추종하는 기초 자산이나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률이 천차만별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헬스케어 업종에 투자하는 ‘미래에셋 타이거(TIGER) 헬스케어’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100%를 넘어섰다. 하지만 조선업에 투자하는 ETF나 중국 증시 관련 레버리지 ETF는 수익률이 마이너스 30%를 넘는다. 따라서 ETF가 추종하는 기초자산과 보유 종목, 수익 구조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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