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 소형 저장탱크를 설치한 충남 청양군 대출마을의 한 가구. 청양=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충남 청양군 대출마을에서 홀로 사는 채성자 할머니(79)는 15년 만에 겨울 추위를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됐다. 이제 더 이상 보일러를 사용하기 위해 등유를 배달시킬 필요가 없어서다.
도시가스가 전혀 들어오지 않던 이 마을 50가구의 연료 생활이 완전히 바뀌었다. 10월 말 한국LPG산업협회가 마을회관 근처 공용부지에 준공한 2.9t짜리 LPG 소형 저장탱크 2개 덕분이다. 이 저장탱크 1개는 각 가구가 배달시키던 20kg짜리 LPG 용기 145개를 모아놓은 셈이다.
마을 도로 약 80∼120cm 아래에 매설한 배관망을 통해 저장탱크에 있는 LPG가 각 가구로 공급된다. 저장탱크에서 거리가 너무 먼 9가구는 집 마당에 0.25t짜리 탱크를 따로 설치했다. 배관망을 길게 빼는 공사비용(m당 30만 원)보다 탱크 하나를 따로 설치하고 배관망을 짧게 설치하는 게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액화천연가스(LNG)나 도시가스를 쓰는 것과 유사한 서비스를 받는다. 예전에는 용기에 가스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 알 수 없어 새벽이든 밥을 하는 도중이든 가스가 떨어지면 그때서야 주문하고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이제 LPG 집단공급사업자가 주기적으로 탱크에 가스를 채우니 끊길 일이 없다. LPG 용기로 배달시키면 매번 현금을 줘야 했지만 이제 매월 말 계량기에 나온 사용량에 따라 후불로 내면 된다.
주민들이 가장 기대하는 건 저렴한 연료비다. LPG 용기를 사용할 때는 다단계 유통 방식이라 부담이 컸다. 올해 2월 기준 kg당 전국 평균 1782.5원으로 도시가스(954.7원)나 실내 등유(966.8원)보다 비쌌다. 그러나 저장탱크는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바로 공급하므로 kg당 899.1원까지 떨어진다.
청양마을의 변화는 ‘마을 단위 LPG 배관망 구축사업’을 통해 가능했다. 이 사업은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농어촌 주민의 연료 사용 환경을 개선하고 연료비용을 줄이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LPG산업협회가 함께 시행한다. 2013년 1개 마을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해 지난해 18곳, 올해 47곳에 공사를 진행했다. 배관망 설치비용은 정부와 지자체가 각각 50%, 40%를 지원하고 자부담은 10%다.
내년에는 최초로 군 단위 주민들도 이 사업의 혜택을 볼 수 있다. 강원 화천, 경북 청송, 전남 진도 등 3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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