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악재에 票퓰리즘… 외환위기 때만큼 심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4일 03시 00분


[위기감 커지는 10대 그룹]2016년 경제 ‘밀려오는 먹구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처리하면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란 걸 만들어 낸 게 포퓰리즘을 보여주는 발상 아니겠습니까. 내년 총선 앞두고 대기업을 때리는 정책이 얼마나 많이 나올지 걱정입니다.”

10대 그룹에 속하는 대기업의 한 임원이 한 말이다. 대기업은 세계적 저성장, 예측하기 힘든 환율 등과 같은 불확실성에 시달릴 뿐 아니라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정책 변수도 고민하고 있다. 10대 그룹 설문 조사에서도 3개 그룹은 그룹에 가장 위협이 되는 불확실성(복수 응답)으로 ‘총선용 포퓰리즘 정책’을 꼽았다.

불확실성이 크면 기업은 보수적으로 경영 계획을 세울 수밖에 없다. 실제 10대 그룹은 예외 없이 올해보다 더 보수적이거나 비슷하게 내년 사업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조사됐다.

○ “외환위기와 유사한 상황”

현재 주요 그룹의 위기감은 심각한 상황이다. 4대 그룹의 한 임원은 “내년 경제 상황이 안 좋기는 하지만 올해 반동으로 어떻게든 굴러갈 것이다. 하지만 내후년에는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경제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올해 들어 대기업들이 전례 없이 자율적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도 이 같은 위기감을 느낀 결과물”이라고 해석했다.

최근 위기감은 각종 위기 요인에 대해 손 쓸 도리가 없다는 점 때문에 더 증폭되는 양상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 순환적 측면을 넘어 구조적으로 저성장에 빠져 있고, 과거 한국 기업이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으로 성장했지만 지금은 중국이 그 전략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며 “이런 환경 변화는 한국 기업들이 노력한다고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중국 성장 둔화’나 ‘미국의 금리인상’ 등 위기 요인도 마찬가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10대 그룹은 당장 내년 경영 전략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내년 반도체 수요 예측에 고심하고 있다. 반도체는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필수품. 하지만 중국 경제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 미국의 금리인상 여부에 따라 신흥국들이 휘청거릴 수 있어 지금 단계에서 수요를 예측하기가 힘든 상태다.

철강산업은 중국산 철강재의 과잉공급이 해소되고 있지 않아 포스코는 내년에도 어려움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조선·해운도 글로벌 수요가 회복되지 않는 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10대 그룹의 내년 경영전략 키워드는 ‘위기 타개형’이 많았다. 현대자동차, LG, 포스코, 현대중공업, 한진, 한화 등 6개 그룹의 경우 내년 경영 전략에 수익성 개선, 경영 내실화, 경쟁력 강화, 성장 모멘텀 회복 등과 같은 키워드가 포함돼 있었다.

○ ‘정보기술(IT)’과 ‘융합’에 집중 투자

10대 그룹들은 위기를 느낄수록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특징을 보인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기업의 실적은 언제나 불황 때 잘하는 기업과 못하는 기업의 차이가 더 크게 벌어진다”며 “힘들 때일수록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더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은 사물인터넷(IoT), 바이오제약, 자동차용 전지 등 3가지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IoT 개발자 지원에 1억 달러(약 1160억 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2017년까지 삼성전자의 TV에, 2020년까지 삼성의 모든 제품이 IoT로 연결될 수 있게 만들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출범시키고 친환경 차량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있다. 차량과 IT의 결합도 성장동력 중 하나로 보고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SK(융합을 통한 사업 확장), 포스코(기술과 마케팅 융합), 현대중공업(조선과 IT 접목) 등 그룹도 IT 및 융합에 주목하고 있다.

성장동력 사업이 점차 구체화되면서 앞으로 그룹의 이미지도 점차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예가 LG그룹이다. LG는 현재 ‘친환경 자동차부품’과 ‘에너지 솔루션’ 사업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전자와 디스플레이, 화학 등을 주력으로 하는 현재 그룹의 모습이 10년 후 크게 바뀔 수 있는 것이다.

박형준 lovesong@donga.com·강유현 기자
#10대 그룹#금리#저성장#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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