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의 킹스크로스 역은 런던 북쪽으로 가는 기차가 출발하는 곳인데 해리포터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해리가 이 역의 9 3/4 플랫폼에서 마법학교 호그와트로 가는 기차를 타는 장면이 나와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일반적으로 플랫폼이란 철도 승강장이나 우주선 발사대처럼 특정 작업을 위해 공용화된 토대를 의미한다. 그런데 기술적인 의미에서는 플랫폼을 다른 애플리케이션이나 콘텐츠가 그 위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기반 소프트웨어로 정의하기도 한다.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 내에서 플랫폼이 중요한 이유는 플랫폼이 생태계 내의 거래나 상호작용을 원활하게 할 수 있게끔 다양한 이해관계자 집단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ICT 생태계에서 균형을 잡거나 가치의 흐름을 조절하는 플랫폼 사업자의 영향력은 점점 증대하고 있다. 소위 GAFA라는 명칭으로 묶이는 미국의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은 모바일 운영체제나 애플리케이션 마켓 아니면 소셜미디어나 전자상거래 유통 플랫폼을 장악하면서 글로벌 ICT 생태계의 맹주로 등장했다.
최근에는 인터넷 기반 동영상 서비스 사업자인 넷플릭스가 영상콘텐츠 유통 시장의 신흥 강자로 부상하기도 했다. 중국의 BAT, 즉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도 인터넷 검색이나 전자상거래, 그리고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한국의 경우 네트워크나 단말기의 경쟁력에 비해 플랫폼이나 콘텐츠의 경쟁력이 매우 약하다. 인터넷 검색 시장에서 네이버가,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카카오가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은 유튜브에,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페이스북에 이미 주도권을 내줬다. 또 운영체제나 애플리케이션 마켓은 구글이나 애플이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찌 보면 검색 시장이나 메신저 시장을 자국의 플랫폼으로 방어하고 있는 국가가 소수에 불과한 현실에서 이 정도면 양호한 상황이라고 자위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내 시장이 협소해 해외 시장에 진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해외 시장에서 통할 만한 플랫폼을 갖지 못한 우리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 와중에 해외 시장에서 가입자 6억 명을 돌파하면서 글로벌 앱 매출 상위 5위권에 오른 ‘라인’의 약진은 주목할 만하다. 라인은 네이버 자회사로서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을 기반으로 캐릭터 스티커, 만화, 게임, 음악 등을 유통하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이나 홈쇼핑도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플랫폼으로서 나름대로의 성과를 내고 있다. 따라서 해외 시장에서 이미 기반을 갖춘 이러한 플랫폼들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는 완화하고 진흥은 강화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이 불공정 행위를 시도한다거나 역기능을 가져온다는 우려로 그나마 국내 플랫폼 시장을 힘겹게 방어하면서 해외에 진출하고 있는 플랫폼 사업자들을 무분별하게 공격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오히려 국내 플랫폼이 역차별을 당하지 않도록 규제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에서 균형을 도모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무쪼록 킹스크로스 역의 9 3/4 플랫폼이 마법학교 호그와트로 가는 관문이었듯이 ICT 플랫폼이 ICT 산업과 우리 경제가 새로운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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