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니신화 39년만에… 제네시스로 진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8일 03시 00분


[2015 재계 名장면]<2>현대차, 고급차 브랜드 론칭

지난달 4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현대차의 미래 자동차 개발 방향을 보여주는 콘셉트카인 ‘비전G’ 앞에서 제네시스 브랜드의 출범을 발표했다. 동아일보DB
“도전해야 변화하고, 바뀌어야 새로운 가능성이 열립니다.”

지난달 4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현대차의 새 브랜드 ‘제네시스’ 론칭 행사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1967년 창립 이후 48년간 ‘현대’라는 단일 브랜드를 사용해 왔던 현대차가 앞으로 현대와 함께 제네시스 브랜드로 새로운 변화와 도전에 나선다고 선언한 순간이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9일 서울 용산구 소월로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리는 제네시스 EQ900 출시 행사에서 직접 신차발표회를 주관한다. 정 회장 부자(父子)가 모두 나서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여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로의 도전은 선진국으로 도약하느냐 중진국의 함정에 빠지느냐의 기로에 선 한국의 상황과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제네시스 브랜드의 출범은 1976년 현대차가 고유 모델인 포니를 내놓았을 때만큼이나 중요한 시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포니를 생산했던 노하우를 토대로 현대차는 1985년 4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다음 해 1월 울산공장에서 생산한 1000여 대의 엑셀을 미국에 처음으로 수출했다. 그해 16만8882대를 판매해 수입차 업계 최초로 진출 첫해 16만 대 이상을 판매했다. 그러나 급격한 판매량 증가에 따른 정비망 부족과 품질 관리 미흡으로 1998년에는 연간 판매량이 9만여 대로 추락했다.

하지만 1999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취임하면서 제시한 품질경영과 ‘10년 10만 마일’ 보증 프로그램으로 현대차는 미국 소비자의 신뢰를 점차 회복하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했다. 올해 10월 말 기준 미국 진출 30년 만에 1000만 대 판매라는 대기록도 세우면서 양적인 측면에서는 성공을 거뒀다.

○ ‘가격 대비 좋은 차’로는 한계

하지만 현대차가 ‘가격 대비 좋은 차’라는 이미지만으로는 더 이상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힘들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대중차보다 고급차 중심으로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과)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는 미국과 일본, 유럽 업체와 저가차로 시장 공략에 나서는 중국 차 사이에서 현대차의 방향 전환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제네시스의 론칭은 창업주 3세인 정의선 부회장에게도 넘어야 할 숙명적인 과제다. 창업주인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이 회사를 창립했다면 아버지인 정몽구 회장은 품질경영을 앞세워 그룹을 세계 5위 자동차 회사로 키워냈다. 이제 향후 브랜드 가치를 높여 현대차의 질적 성장을 이끄는 것은 정 부회장의 몫이 됐다.

일단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차인 EQ900은 국내에서는 예상을 뛰어넘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9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사전계약 대수가 4일 기준 9215대를 넘어섰다. EQ900은 사전계약 첫날에만 4342대가 계약됐고 최근 하루 400∼500대씩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한 해 에쿠스 총판매량(8487대)은 이미 훌쩍 넘어섰다. 현대차 측은 “차량 외관 이미지만 공개됐을 뿐 외관 사진도 공개되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하면 제네시스 브랜드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현대차#제네시스#정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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