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축 못한 무역의 날
무역 1조달러 5년만에 무너져… “신소재-IT 등 새 성장엔진 찾아야”
‘5년 만에 무너진 무역 1조 달러, 내년 수출 전망도 불투명….’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한국 기업의 주력 시장인 중국 등 신흥국의 성장이 지체되고 있는 데다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도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수출이 흔들리면서 생산과 고용 소비 투자로 이어지는 한국 경제가 도미노처럼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도 있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한국의 무역 규모는 수출 4846억 달러와 수입 4014억 달러를 합친 8860억 달러(약 1034조 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조48억 달러보다 11.8%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같은 기간에 2.3% 늘었던 수출이 올해는 7.4%가 줄면서 전체 교역 규모도 곤두박질쳤다. 이에 따라 4년 연속 이어온 ‘연간 무역 규모 1조 달러’는 올해 달성이 불가능하다.
한국의 수출 감소는 유가 하락과 함께 세계 시장의 교역 둔화, 여기에 주요 경쟁국인 일본의 엔화 약세로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탓이 크다. 특히 전체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의 성장 둔화는 한국 기업들에 직격탄을 날렸다.
한국의 주력 수출 제품의 성적표도 암울하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13대 주력 수출 품목 가운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수출이 늘어난 제품은 선박(4.4%) 무선통신기기(10.2%)와 반도체(2.3%) 컴퓨터(0.9%)에 불과하다. 경쟁국과 경합이 치열한 자동차(―6.0%)와 철강(―14.2%) 석유화학(―21.8%) 섬유(―10.9%) 평판디스플레이(―6.6%) 가전(―16.0%) 등의 수출은 크게 줄었다.
내년에도 한국의 수출이 늘어날지에 대한 전망은 불투명하다. 세계 경제에 변수가 워낙 많은 데다 미국발(發) 금리 인상으로 원-달러 환율도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 한국 수출이 올해 수출 부진에 따른 기저 효과 등으로 ‘상저하고’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봤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당분간 수출 여건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무역 1조 달러’와 같은 양적인 성장에 집착할 게 아니라 실질적인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산업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상식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성장 시대에 중간재와 철강 석유화학과 같은 중후장대 산업으로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왔다”며 “이번 기회에 경쟁력이 떨어진 주력 수출 품목을 대신할 신소재, 정보기술(IT) 융합, 헬스케어 등의 새로운 성장엔진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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