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현의 신차명차 시승기] ‘도로를 달리는 범선’ 혼다 SUV 파일럿

  • 동아경제
  • 입력 2015년 12월 9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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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성시대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SUV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제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집계한 베스트셀러 순위에 SUV가 여럿 올라가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이런 시장의 흐름을 반영하듯 새로운 SUV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혼다코리아는 최근 ‘액티브 패밀리 라이프’를 위한 8인승 대형 SUV 올 뉴 파일럿(PILOT)을 국내에 출시했다. 이 차는 2003년 첫 선을 보인 이후 북미에서만 매년 10만대 이상 팔려온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2009년 2세대를 거쳐 이번에 3세대가 나왔는데, 내외부 디자인에 변화를 주고 실내를 더욱 고급스럽게 꾸몄다.

#대형 SUV 특유의 적재공간과 부드러운 승차감
개발 콘셉트는 ‘가족, 유연함, 부드러움’ 3가지로 압축된다. 온 가족을 태우고 편안하고 안전하게 이동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넓은 적재공간과 전천후 주행능력을 갖추고 있어 캠핑 등 아웃도어에 적합하다.

또 다른 특징은 대형 SUV임에도 가솔린 차량 특유의 부드러운 핸들링과 승차감을 가졌다는 것이다. 덕분에 장거리 주행에도 탑승자의 피로감이 적다. 디젤 SUV 특유의 진동과 소음, 거친 승차감에 거부감을 느껴온 소비자라면 적극 고려해 볼만하다.

외부는 2세대 보다 80mm 길어진 전장과 65mm 낮아진 전고, 그리고 공기역학적으로 20% 이상 향상된 디자인으로 이전보다 부드러움을 강조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높아지는 측면 캐릭터 라인과 루프레일은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외부디자인에 역동성과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여기에 20인치 대형 알로이 휠은 큰 차체와 균형을 이루며 전체적인 안정감을 더해준다.

#넓고 고급스러운 실내
내부는 널찍한 실내에 다양한 수납공간이 압권이다. 1, 2열 시트에 덩치 큰 어른 5명이 앉아도 넉넉할 정도로 실내가 넓다. 특히 앞좌석은 독립된 소파에 앉아 있는 착각을 불러올 만큼 넓고 안락하다. 전체적으로 스티치 가죽 시트와 피아노블랙 우드 그레인, 다양한 도어포켓, 가죽핸들 등이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계기반은 4.2인치 멀티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를 중앙에 배치해 연비, 도어오픈 여부, 엔진오일수명, 기어위치 등 각종 차량 정보를 시시각각 보여준다. 센터페시아 상단에 있는 8인치 대형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는 차량의 기본적인 환경설정부터 네비게이션을 통합 조정할 수 있다. 또한 멀티 앵글후방카메라, 트립, 레인워치, 오디오시스템, 블루투스, 라디오, 외부입력단자 등 각종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보여주거나 조작할 수 있다. 특히 우측 방향지시등을 켜면 우측후방을 카메라로 비춰줘 차선변경 시 안전운전에 큰 도움을 준다.

파워트레인은 3.5리터 V6 직분사 i-VTEC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엔진은 혼다의 차세대 파워트레인 기술인 ‘어스 드림 테크놀로지’를 바탕으로 최고출력 284마력, 최대토크 36.2kg.m을 발휘하고, 운전조건에 따라 기통 모드를 변환하는 가변실린더 제어기술을 적용해 연비 및 출력을 최적화한다.

공인 복합연비는 8.9km/ℓ(도심 7.8km/ℓ, 고속도로 10.7km/ℓ)인데, 꽉 막힌 서울 도심에서 약 7km/ℓ의 실제 연비를 보여줬다. 도심 고속화도로 정속주행에서는 10km/ℓ 내외로 공인연비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전 모델보다 좋아졌지만, 고연비를 중시하는 최근의 국내 분위기를 감안할 때 조금 아쉬웠다.

#어떤 도로나 날씨에서도 안정적인 달리기 실력
올 뉴 파일럿은 지능형전자식구동력배분시스템(i-VTM4)을 적용한 AWD을 갖췄다. 전후 바퀴뿐만 아니라 좌우 바퀴의 토크배분을 원활하게 해주는 토크 백터링 기술로 급격한 코너링이나 불안정한 노면, 눈길 등에서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 평소에는 전륜구동을 달리다가도 도로상황에 따라 4바퀴에 보내는 동력을 스스로 조절한다. 특히 지형관리시스템은 지형에 따라 일반, 눈길, 진흙길, 모랫길 4가지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어 어떤 조건에서든 최적으로 달릴 수 있다. 이런 시스템들이 모여 차량을 어떤 조건에서도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실내 좌석은 2열과 3열 시트를 버튼 하나로 접고 펼 수 있게 만들었다. 3열 시트를 접을 경우 1325리터, 2열까지 접으면 2376리터의 화물공간이 확보된다. 평소 3열을 접어 화물을 싣고 다니다가 필요에 따라 펴면 사람이 탈 수 있다. 3열 시트는 일반 성인 3명이 타기는 조금 버겁지만, 아주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다.

안전성은 대형 SUV의 특징이면서, 동시에 이 차에서 빼놓을 수 없는 큰 장점이다. 2015년 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의 안전성 평가에서 전 부문 최고 안전등급을 획득하며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 모델에 선정돼 이를 입증했다. 실제로 운전석에 앉아 달리다보면 크고 단단한 한 척의 범선이 파도를 가르며 달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차가 크고 무거워 민첩성은 떨어지지만 어지간한 급커브나 급경사에도 부드러운 안정감을 유지한다. SUV 특유의 출렁거림이나 롤링도 작 억제돼 고속에서도 부담이 적다.

안전사양은 차세대 에이스바디, 차체 55.9% 고장력 및 초고장력 강판, 마그네슘 스티어링 행거 빔, 3-본(bone) 하부 프레임, 추돌경감제동시스템, 차선이탈경감시스템, 차선유지보조시스템 등 다양하다.

경쟁차는 포드 익스플로러, 닛산 패스파인더, 현대 베라크루즈, 기아 모하비 정도이며, 가격은 5390만원이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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