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연말증시 산타 대신 양도세 폭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1일 03시 00분


2016년부터 과세요건 강화… 파생상품에도 첫 부과

국제유가 급락, 미국의 금리인상 임박 등으로 흔들리는 국내 증시에 ‘세금 폭탄’ 악재까지 겹치며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내년부터 주식을 팔 때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가 대폭 늘어나고, 파생상품 거래에 처음으로 양도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이미 ‘슈퍼 개미’로 불리는 큰손 투자자들이 세금을 피하려고 주식을 대거 내다팔면서 개미들의 주무대인 코스닥시장에는 한파가 닥쳤다. 올 들어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던 파생상품 시장도 다시 움츠러든 모습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부터 대주주에 적용되는 양도세 요건이 대폭 강화됐다. 현행법상 일반투자자와 달리 대주주에 해당되는 거액투자자는 주식을 팔 때 양도세를 낸다.

개정 세법에 따라 내년부터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종목의 지분 1% 이상을 보유하거나 지분가치가 25억 원이 넘으면 대주주로 분류된다. 현재는 대주주 기준이 ‘지분 2% 또는 지분가치 50억 원 이상’이다. 코스닥시장은 내년부터 지분이 2%를 넘거나 지분가치가 20억 원 이상이면 대주주에 해당된다. ‘지분 4% 또는 지분가치 40억 원 이상’에서 강화되는 것이다. 대주주 요건이 강화되는 것과 동시에 대주주에 적용되는 양도세율이 코스피는 매매 차익의 20%, 코스닥은 10%에서 시장 구분 없이 20%로 조정된다.

이에 따라 연말을 앞두고 주식을 처분하는 큰손 투자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실제 양도세 과세는 3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쳐 내년 4월부터 시작되지만 올해 12월 31일자 주주명부를 근거로 내년도 과세 대상이 가려지기 때문이다. 박기연 미래에셋증권 VIP서비스팀 세무사는 “강화된 요건에 따라 대주주에 새로 포함되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많다”며 “올해 안에 주식을 팔거나 내년까지 분할 매도하려는 이들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미국의 12월 금리인상과 국제유가 급락 등이 맞물려 외국인들의 국내 증시 이탈이 계속되는 가운데 슈퍼 개미들마저 매물을 쏟아내면서 증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시장이 타격을 받는 모습이다. 10일까지 최근 5거래일 동안 코스닥지수는 4.7% 이상 하락해 코스피(―2.11%)보다 강도 높은 조정을 받고 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코스닥 하락세는 대외 변수보다 세금 이슈의 영향이 가장 크다”며 “연말까지 개인투자자 수급이 받쳐주지 못하면서 약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내년 1월부터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코스피200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을 거래할 때도 양도세가 부과된다. 시장 위축을 우려해 파생상품 양도세 도입을 2년간 유예하는 세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무산됐다. 다만 도입 첫해 양도세율은 당초 정부가 제시한 10%의 절반인 5%가 적용된다.

내년 양도세 부과를 앞두고 파생상품 시장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11월 파생상품 하루 평균 거래금액은 33조4495억 원으로 올 들어 월간 기준으로 가장 적었다. 9월에 비해서는 30% 이상 급감한 수준이다.

양도세 도입으로 파생상품 시장이 침체에 빠지는 것은 물론이고 증시 전체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파생상품을 통한 헤지(위험회피) 거래가 위축되면 현물 주식시장으로 들어오는 투자자금도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한국의 파생상품과 유사한 상품이 홍콩, 싱가포르 등에 있다”며 ”투자자들이 세금을 피해 해외시장으로 빠져나갈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증시#양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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