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프리미엄 패딩 에르노의 품번 ‘PI0377D’ 모델은 한 벌에 173만 원에 이르지만 10월부터 판매돼 지난달 말 ‘완판’됐다. 서울 압구정동, 삼성동 등 강남지역 일부 백화점에서만 팔려 일명 ‘청담 패딩’이라고 불리며 인기를 얻은 브랜드다.
이 브랜드 수입을 담당하는 현대백화점 콘텐츠운영팀의 박지연 바이어는 “후드에 퍼가 달려 있고 허리가 들어가 몸매를 살려주는 등 최근 유행하는 프리미엄 패딩 스타일을 잘 살린 제품이어서인지 인기가 많았다”며 “구매 문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완제품이 사전 오더 베이스로 입고되기 때문에 재고가 전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따뜻한 겨울’과 불황의 여파로 겨울 패션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고가의 수입 프리미엄 패딩은 ‘나 홀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10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9∼11월 프리미엄 패딩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260%에 이르는 가파른 매출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K세일,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등의 각종 대형 할인행사가 이어졌음에도 겨울 여성의류가 9%대의 한 자릿수 성장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프리미엄 패딩의 인기 제품 가격대는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최근 20∼40대에게 인기 있는 제품들은 최소 200만∼300만 원을 호가한다. 프리미엄 패딩 붐을 이끈 효시 격인 몽클레르의 인기 모델 ‘제네브리에트’는 257만 원, ‘김희애 패딩’으로 인기를 끈 버버리의 ‘퍼 트리밍 다운 필드코트’는 210만 원이다. 에르노가 올겨울 주력으로 내세운 ‘캐시미어 실크 혼방 폭스 퍼 코트’의 가격은 331만 원에 달한다. 10, 20대 젊은층이 주로 찾는 노비스, 파라점퍼스 등은 100만∼200만 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최지우 점퍼’라 불리는 파라점퍼스의 ‘코디악’ 샌드(155만 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품절됐다.
고가에도 확실한 수요층이 형성돼 백화점들은 해외에서 신규 브랜드를 들여와 상품군을 확충하고 매장 수도 늘리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15개 매장에서 프리미엄 패딩을 판매했지만 올해는 1.5배 확대한 총 24개 매장을 운영한다. 특히 노비스(183%), 무스너클(197%) 등 매출이 두 배 이상으로 신장한 브랜드들을 집중적으로 확대했다. 이 브랜드들은 연말이면 대부분 품절돼 1, 2월에는 물량이 없어 못 팔 정도로 인기다. 롯데백화점도 올해 에르노, CMFR, 무스너클 등 5개 브랜드를 새로 들여왔고 매장도 지난해 5개에서 14개로 늘렸다.
업계에서는 고가 패딩이 과거의 단순한 ‘등골 브레이커’ 이미지를 넘어 수백만 원을 주고도 기꺼이 살 만한 별도의 패션 카테고리를 구축했다고 보고 있다. 롯데백화점 이혁 해외패션 바이어는 “프리미엄 패딩 붐 초기였던 2012년경만 해도 이런 제품을 명품 카테고리 안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프리미엄 패딩이 해외 패션의 중요한 한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