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컨슈머]ICT 융복합 농식품으로 ‘똑똑한 농가’ 농촌을 바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4일 03시 00분


농림축산식품부 스마트팜

《우리나라의 농업이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고부가가치 첨단 농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개방 확대, 영세한 농지소유 규모, 농업인구 고령화 문제 등을 극복하고 농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ICT를 적용한 스마트팜이 필수 요소가 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식품 생산·유통·소비 과정 및 농촌활력 분야에 ICT 융복합 기술을 접목해 영농의 과학화, 유통 혁신, 소비 안전 및 농촌활력 증진을 가져올 수 있도록 지원하는 ‘농식품 ICT 융복합 확산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ICT 스마트팜 확산으로 생산량을 늘리고 소득이 늘어나는 사례가 전국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유연영농조합법인과 원스베리가 대표적이다.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
▼ICT 도입했더니 파프리카 생산성 향상 ▼

복합환경제어 시스템 통해 최적의 생장 환경 유지


유연영농조합법인

유한성 유연영농조합법인 공동대표가 ICT 복합환경제어 시스템의 화면을 지켜보고 있다.
유한성 유연영농조합법인 공동대표가 ICT 복합환경제어 시스템의 화면을 지켜보고 있다.

“ICT 융복합 기술 없이는 농사를 짓기 어려운 시대가 됐습니다. 우리 농장도 ICT를 도입하면서 생산성 향상과 에너지비용 절감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전북 김제에서 파프리카를 재배하는 유태신 유연영농조합법인 대표는 2013년 12월 2만3305m² 규모의 파프리카 농장(유리온실)을 준공했다. 김제 1농장에서 실적을 쌓아 2농장을 신축한 것이다.

신축 농장에는 복합환경제어 시스템, 자동 개폐기, 양액기, 공기열 히트펌프 등 ICT 융복합 기술을 도입했다. ‘품질관리와 기술혁신이 경쟁력’이라는 경영철학 때문이다.

ICT 없이는 농장 경영 어려워

유 대표는 1995년부터 농사를 시작했다. 당시 유리온실 농장은 도입 초기 상태여서 농작물 재배가 쉽지만은 않았다. 농작물 재배를 위한 환경제어, 수분관리 등에서 자동화가 돼 있지 않아서였다. 이렇다 보니 사람의 수작업으로 인한 실수가 많기도 했다.

유 대표가 일찌감치 농장 경영에 ICT를 접목하기 시작한 이유다. 1990년대 네덜란드 온실이 농사에 도입되는 것을 보면서 자신의 파프리카 농장에도 ICT를 접목하면 농장 경영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이에 따라 처음에는 네덜란드 기업이 공급하는 고가의 환경제어 시스템을 도입했다. 프로그램 가격만 1억 원이 넘었다. 돈이 많이 들어도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ICT가 필요했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네덜란드 컨설턴트를 농장에 상주시켜 프로그램 사용방법을 배워야 했다. 외국산이다 보니 애프터서비스를 받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어려움도 따랐다. 김제 2농장 신축으로 비용부담이 커지면서 신축 농장에는 국산 환경제어 시스템을 도입했다.

박 대표는 “유리 온실에서는 온도와 습도, 광양, CO2, 물을 적정하게 유지,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파프리카 생장에 가장 적합한 수준의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ICT를 접목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품질 파프리카 생산

파프리카 온실 재배는 사시사철 내내 섭씨 16∼20도, 습도 70∼80%, CO2 농도 500의 환경을 정확하게 맞춰줘야 한다. ICT 환경제어 기술이 이를 담당하고 있다. 온실 온도가 16도보다 내려가려고 하면 자동으로 보일러가 가동되고, 20도보다 높아지려고 하면 천장이 열리고 냉방기능이 작동한다.

컴퓨터로 전체 환경을 제어하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하는 것보다 오차가 적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한 원격제어도 가능해 언제 어디서든지 최적의 생육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또 시스템에 오류가 생겨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ICT 장비에는 ‘오작동 시 문자 자동 알림’ 기능이 있어 긴박한 상황에서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 축열식 공기열 히트펌프 냉난방 시스템을 활용하면서 ICT 도입 후 에너지 사용량도 약 50%가 절감되는 효과까지 누리고 있다.

공기열 히트펌프는 원거리 송풍으로 온실 내 공기를 순환시켜 고른 온도 분포 및 제어가 가능해 최적의 작물재배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영하 20도에도 견디는 냉매와 완벽한 컴프레서가 병렬 설치로 분리돼 있어 혹시 문제가 생기더라도 교체비용이 적게 든다.

유연영농조합법인은 이 같은 ICT 융복합 기술을 통해 지난해 신축 농장에서 목표치를 초과한 500t의 파프리카를 생산했다. 국산 ICT 시스템을 적용함으로써 외산보다 6배 정도의 투자비용도 절감했다.

박 대표는 “ICT를 도입한 이후 최적의 작물 생장 환경을 유지하면서 고품질의 파프리카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라며 “생산성 향상은 물론 에너지 절감 효과도 누리고 있다”고 밝혔다. ▼연중 균일한 고품질 딸기 생산▼

높은 가격에도 맛에 반한 소비자들 인기 높아

원스베리
원스베리에 속해 있는 한 농가의 딸기 온실 내부에 ICT 융복합 기술 장비들이 설치돼 있다.
원스베리에 속해 있는 한 농가의 딸기 온실 내부에 ICT 융복합 기술 장비들이 설치돼 있다.


전남에서 생산되는 딸기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반응이 좋다. 농가마다 연중 찍어낸 듯 크기가 균일하고 당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는 최적의 딸기 재배 환경을 조성해주는 ICT 덕분이다.

전남도가 국내 최고 품질의 딸기 생산지로 발돋움하기 위해 재배기술을 비롯해 가공, 유통, 수출까지 딸기 농가를 지원하고 있는 원스베리주식회사(대표 서범석).

‘원스베리(One’s Berry)’는 전남 담양의 21개 딸기 재배 농가가 참여해 공동으로 상품을 출하하는 농업회사법인으로 ‘딸기 품질을 항상 으뜸으로 유지한다’라는 뜻의 공동 브랜드이기도 하다.

원스베리는 단순한 농산물 생산만으로는 소득 증대가 어려워진 시장의 변화에 따라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2012년과 2014년 2차례에 걸쳐 스마트팜을 전격 도입했다.

21개 농가 실시간 데이터 분석

ICT로 구축한 스마트팜 시스템은 21개 농가의 딸기 생장환경을 동시에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21개 농가에서 모은 데이터를 활용해 최적의 환경을 자동 구축하는 프로그램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에 즉각 대처할 수 있어 고품질 딸기 수확에 유리하다.

딸기는 온·습도 변화에 민감해 연중 고른 생산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농가마다 상품성이 크게 차이가 나는 품목이다. 원스베리에 참여하는 21개 농가가 연중 균일한 고품질 딸기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스마트팜 시스템 때문이다.

서범석 원스베리 대표는 “농가에서 동일하게 최적의 딸기 재배 환경을 조성해주기 위해 ICT를 도입했다”라며 “온도나 습도, 일조량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온·습도, 토양, 빛에 따라 분 단위로 데이터를 뽑고 이를 U-IT 연구실에서 확인, 분석해 원격으로 재배 환경을 제어한다”고 설명했다.

각 농가에 설치된 PC와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자신의 딸기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외부에서 다른 일을 하면서도 딸기 재배 환경을 제어할 수 있다.

이처럼 딸기 재배를 과학적으로 하다 보니 ICT를 도입하기 전보다 생산량이 19% 증가했다. 정품 비율은 65%에서 15% 증가한 80%를 기록하고 있다. 품질도 30% 정도 향상돼 더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가격이 비싸도 소비자가 원스베리의 딸기를 찾는 이유다.

또한 딸기 포장의 겉면에 QR 코드와 전자태그를 달아 딸기 출하부터 생산, 유통까지 전 과정의 이력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서 대표는 “소비자들은 박스의 전자태그를 통해 딸기가 어떤 묘목에서 출발했는지, 어떤 유통 경로를 거쳤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며 “QR코드와 전자태그를 이용한 적극적인 정보 공개로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였다”고 밝혔다.

해외서도 품질 인정받는 냉동딸기

해외에서는 원스베리의 냉동딸기가 인기다.

일본 농식품 박람회에서 큰 호평을 얻는가 하면 말레이시아 홍콩 등 동남아 지역으로 내수보다 5%나 높은 가격에 수출되고 있다. 그 비결은 ICT 를 활용한 균일한 상품성에 있다.

정품 비율이 80%에 달하는 원스베리는 친환경 인증을 받은 고품질 딸기를 냉동딸기의 원료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공 제품이라 해도 ‘딸기의 품질은 언제나 1등으로 유지한다’는 신념에 따른 것이다.

서 대표는 “ICT를 통해 고품질화하는 것이 원스베리의 경쟁력”이라며 “우리나라 농가가 힘을 합쳐 농업의 과학화와 데이터 농법을 통해 내수에만 머물지 않고 해외시장으로 뻗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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