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원짜리 TV 장식장, 2억원으로 수출 신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5일 03시 00분


‘제2 모뉴엘’ 무역금융 사기 등… 관세청, 5353억 규모 범죄 적발

가전업체 A사 조모 대표는 2006년부터 올해 3월까지 2만 원짜리 플라스틱 TV 장식장을 개당 2억 원짜리인 것처럼 꾸며 총 1563억 원어치를 일본에 수출했다는 서류를 만들었다. 조 씨는 이 수출채권을 5개 시중은행에 매각해 1522억 원의 현금을 확보한 뒤 약 230억 원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조 씨는 고급 빌라에 살며 페라리 2대, 람보르기니 1대 등 외제차량 10대를 굴렸고, 법인카드로 65억 원의 명품과 상품권을 구매하는 등 호화 생활을 해 온 것으로 관세청 조사에서 드러났다.

관세청은 올해 무역금융 사기, 재산 빼돌리기 등에 대한 특별단속을 벌여 5353억 원 규모의 외환범죄를 적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지난해 중견 가전업체 모뉴엘의 박홍석 대표가 2007년부터 9년간 시중은행 10곳에서 가전제품 수출대금을 부풀려 3조4000억 원을 불법으로 대출받아 자금을 빼돌리고 호화 주택 등을 구입한 것과 비슷한 사건들이다.

관세청은 불법 자본 유출 및 무역금융사기 관행 근절을 위해 69명의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국부유출 수사전담팀을 3월부터 가동한 결과 △수출입 금융결제를 악용한 무역금융 사기대출 2928억 원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재산국외도피 1528억 원 △차명계좌를 통한 자금세탁 897억 원 등의 사건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 수출업체인 B사의 이모 대표는 화물운송 주선업자(포워더)와 짜고 베트남에서 미국으로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737억 원 상당의 불법 금융대출을 받았다. 또 국내 면세점에서 이탈리아산 의류를 판매하던 C사 대표 최모 씨는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수익금 125억 원을 홍콩으로 빼돌린 뒤 스위스, 버진아일랜드 등에 개설한 계좌에 숨겨두거나 대리기사 술집 종업원 명의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국내로 반입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관세청은 “무역거래를 악용해 재산을 빼돌리거나 건전한 수출입 기업을 위한 금융지원을 위축시키는 반사회적 기업을 철저히 단속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모뉴엘#무역금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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