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우리나라는 많은 산업 분야에서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인 호두까기 속 호두 신세라고 걱정한다. 이젠 한국이 호두 신세에도 못 든다고 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우리가 일본과 중국 사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새 중국이 많은 부문에서 우리를 추월했기 때문에 우리가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을 쫓아가는 신세가 됐다고 걱정하는 것이다.
이런 중국과 경쟁해 이기려면 스웨덴 싱가포르 뉴질랜드같이 공기업과 정부의 효율성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이들 국가의 성공은 공공부문의 효율성이 오히려 민간부문을 이끌면서 이뤄졌다. 그뿐만 아니라 공기업과 정부를 포함하는 공공부문이 우리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가까운 약 700조 원 규모다. 따라서 공공부문에서 우리 생산성이 홍콩이나 싱가포르 수준이 된다면 소득 수준에서뿐만 아니라 국격에서도 결코 중국이나 일본이 무시할 수 없는 나라가 될 것이다.
10월 말 서울에서 아시아태평양회계사대회가 열려 아시아 지배구조가 발표됐다. 발표 내용 중 자본시장에서 본 각국의 지배구조 지수가 있었다. 아시아 주요 경제국으로 조사 대상인 11개국 가운데 놀랍게도 한국은 2010년부터 지금까지 큰 변화 없이 8위로, 9위인 중국과 같은 하위권에 머물러 있었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1, 2위를 다퉜고 최하위권은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였다. 각국 세부평가에서 한국은 제도 도입 부문에서는 아시아의 상위 3위 안에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효과적 실행이 바닥권이다. 다시 말해 제도상으로는 그럴듯하게 만들어졌으나 이를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한 문화가 형성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하여튼 국제 자본시장에서 보는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 운용은 그 수준이 시장경제의 도입 역사가 일천한 중국과 같은 수준이라는 것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글로벌 경쟁을 하는 민간기업의 지배구조 운용도 이 모양인데 시장원리가 작동되지 않는 공공부문의 경쟁력을 올리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나 강화만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무엇보다 먼저 우리 마음에 화학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언젠가 광화문 앞을 지나다 보니 정부청사 앞에 ‘2015 지구촌 새마을지도자 대회’ 현수막이 큼지막하게 걸려 있었다. 근대 산업화 과정을 성공으로 이끈 우리의 정신적인 공감대인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로 대변되는 새마을운동을 전 세계에 홍보하는 행사였다. 새마을운동을 과거의 유산으로만 보고 개발도상국에 전수하려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해 제2의 새마을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이번엔 외부에 보이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가치, 즉 올바로 살고 개인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는 시민정신으로 새롭게 무장하도록 격려하는 ‘새마음운동’으로 전개돼야 한다. 이를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 우리가 앞으로 세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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