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 인구 80만 명이 거주하는 이 열대도시는 12월인데도 오전 기온이 섭씨 25도까지 올라갔다. 더위를 뚫고 아침부터 출근하는 차량과 오토바이로 시내 중심가 왕복 4차로 도로가 가득 찼다. 대로변에는 대형 크레인을 동원한 고층빌딩 공사 현장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현지 안내인은 “도시가 급격히 커지면서 이전에는 보기 드물었던 고층 주택들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라오스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 중 하나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라오스 국내총생산(GDP)은 매년 7%대의 증가세를 보였다. 최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내년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을 국가(8.0%)로 라오스를 꼽기도 했다. 라오스 교민 오은화 씨(24·여)는 “‘상전벽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비엔티안의 발전 속도가 빠르다”면서도 “한 달에 한 번꼴로 정전이 발생하는 등 전력 공급은 여전히 불안정하다”고 말했다.
경제가 급성장한 라오스는 인프라 부족에 직면했다. 지방의 전력 공급률은 40%에 불과하다. 정전 사고도 잦다. 상수도 시설도 부족해 집집마다 350mL에 3000낍(약 470원) 정도 하는 생수를 사다 먹는다. 비엔티안 외곽으로 조금만 벗어나도 흙탕물인 강물을 떠다가 밥을 짓는 주민들이 흔하다. 이 때문에 라오스의 인프라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한국 중국 베트남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한국수자원공사(K-water)도 라오스 ‘블루골드’(수자원의 높은 가치를 금에 빗댄 말) 인프라 시장에 진출했다. 라오스는 연평균 강수량이 1800mm(한국은 약 1300mm)에 이를 정도로 비가 잦고 국토의 70%가 산지여서 다목적댐을 개발하기에 최적의 자연조건을 갖췄다고 평가된다. 이 때문에 ‘아시아의 배터리’로 불리지만 수자원의 대부분은 아직도 ‘원석’으로 남아 있다. 수자원공사가 주목하고 있는 것도 이 부분이다.
수자원공사는 15일 라오스 살라반 주 ‘세폰(Xepon)3’ 수력발전소의 사업개발협약(PDA)을 이달 내 체결하기로 라오스 정부와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계약 예정일이던 14일 환경영향평가 결과 등을 두고 이견이 생겨 사업이 원점에서 재검토될 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최계운 수자원공사 사장과 실무진이 14일 밤까지 라오스 기획투자부 당국자들과 협상을 벌여 15일 오후 사업 추진을 확정했다.
메콩 강 지류인 세폰 강에 총사업비 1000억 원 규모의 47MW급 발전소를 짓는 이 프로젝트는 수자원공사가 라오스에서 벌이는 첫 번째 수력발전 사업이다. 수자원공사는 이르면 내년 말 이 발전소의 설계·시공사를 선정하고 착공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것은 수자원공사가 댐 건설은 물론이고 운영과 관리까지 맡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전기를 팔아 27년 동안 운영 수익을 얻어 투자비를 회수하고 이익을 내는 방식이다.
수자원공사는 2013년 라오스 정부에 유역면적 1만6800km²(북한강의 약 1.5배)인 남눔 강에 10개 다목적댐의 운영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을 제안한 바 있다. 내년 1월 메콩 강 지류들의 치수 계획을 수립하는 ‘메콩 강 유역 치수종합 마스터플랜’ 사업 최종보고서도 라오스 공공사업교통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최 사장은 “필요에 따라서는 라오스 정부에 신규 댐 사업을 직접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세폰3 사업에서 얻은 신뢰를 바탕으로 더 큰 사업 기회를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수자원공사의 라오스 시장 개척은 국내 건설업계에도 희소식이다. 라오스는 메콩 강 유역 등에 수력발전소 61개를 지어 태국 등 주변국에 전기를 수출할 계획이다. 총사업비만 400억 달러(약 47조6000억 원)에 이른다. 이 중 수자원공사가 지분이나 운영권을 갖는 사업은 한국 기업이 댐 설계나 시공을 맡는 ‘민관 협력형’으로 추진될 수 있다. 라오스 진출을 앞둔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저유가로 중동에서 대형 공사 발주가 거의 끊긴 상황에서 라오스 시장은 새로운 활로”라며 “공기업이 길을 터주면 민간 기업이 뒤따라 진출하기도 쉬워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에 대해 시사밧 라오스 전력청장은 “라오스 전력 수요는 매년 15∼20%씩 증가하고 있다”며 “수자원공사의 진출을 계기로 시공 능력이 뛰어난 한국 건설사들이 라오스 사업에 활발히 참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