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오너가 3세들이 경영 전면에 등장한 인사로 시선을 끈 국내 패션업계의 향방이다.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42), 정유경 신세계그룹 백화점부문 총괄 사장(43),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43). 이들은 국내 토종 브랜드의 재도약을 강조하고 나섰다.
한국형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를 꿈꾸는 삼성의 ‘에잇세컨즈’, 신세계인터내셔날(SI)의 ‘보브’ ‘톰보이’, 고급화를 한층 강화하는 한섬의 ‘타임’에 이르기까지 1970년대 초반생 오너들의 출격이 K패션에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이서현 ‘토종 SPA’로 반격
그동안 전문경영인 뒤에서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던 이서현 사장은 취임 후 이례적으로 “지금보다 10배는 더 빨라져야 한다”는 속도 경영을 강조하며 외부 활동을 강화하고 나섰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이 사장이 단독 수장이 된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핵심 사업은 에잇세컨즈의 중국 진출을 성공시키는 것이며, 이를 위해 국내 기반을 확실히 다지는 일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유니클로가 한국 진출 10년 만에 단일 브랜드로서 매출 1조 원을 돌파하는 등 글로벌 SPA 브랜드의 입김은 갈수록 세지고 있지만 토종 SPA 브랜드의 성적은 신통치 않다. 에잇세컨즈는 3년 전 론칭 때부터 이 사장이 직접 관여한 브랜드지만 지난해 매출은 1500억 원 수준으로 부진하다. 하지만 이 사장은 최근 박철규 패션부문 부사장에게 ‘에잇세컨즈’ 사업부장을 겸직시키고 에잇세컨즈 출신 정창근 팀장을 상무로 승진시키는 등 인사에서 힘을 실어줬다.
또 최근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운영하는 티몰에 에잇세컨즈, 빈폴액세서리, 구호 등의 브랜드를 입점시키며 중국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 정유경, 내셔널 브랜드 강화로 영향력 확대
12월 신세계그룹의 백화점부문 총괄 사장으로 승진하며 신세계의 럭셔리 부문을 담당하게 된 정유경 사장은 패션사업에 좀 더 깊이 관여하게 됐다. 재계에서는 이번 승진으로 백화점, 면세점에서까지 막강한 권한과 책임을 안게 된 정 사장이 그동안 자신이 주도했던 그룹 패션사업을 어떻게 성장시켜 나갈지 주목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명품 편집 매장으로 여겨지는 ‘분더샵’은 정 사장의 패션철학이 담겼다.
최근에는 지속가능한 성장 발판을 만들기 위해 보브, 톰보이 등 내셔널 브랜드 비중을 강화하고 있다. 보브는 지난해 1114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중국에도 36곳에 진출해 있다. 국내 패션 1세대 업체였으나 부도 처리됐던 톰보이도 2011년 SI가 인수한 뒤 기사회생에 성공해 지난해 65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정 사장은 시내 면세점이 들어설 신세계백화점 본점 옆 메사빌딩에 국내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하고 교육하는 ‘신세계 청년 창업지원센터’를 마련하는 등 백화점부문의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는 부분을 활용해 패션산업 내에서의 영향력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 정지선, 해외 브랜드 압도할 고급화 전략
2012년 한섬을 인수한 현대백화점그룹의 정지선 회장도 국내 패션산업의 구원투수로서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섬의 실적이 이를 증명한다. 한섬은 최근 국내 패션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3분기(7∼9월)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24.3%, 53.2% 증가했다. 연간 총 매출은 6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한섬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온라인몰을 여는 등 그룹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에도 공들이고 있다. 영문, 중문으로 역직구 수요까지 고려한 온라인몰 매출은 5년 내 100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섬은 타임, 시스템 등 전통 있는 국내 브랜드의 매출 비중이 전체 70% 가까이 차지하는 만큼 내셔널 브랜드 고급화 전략에 치중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최고가 라인인 타임 ‘블랙라벨’ 매장을 확충하는 한편 신규 내셔널 브랜드 론칭 역시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