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고삐 죄기 본격 나서는 은행들 2016년 대출증가율 목표치 5%대로 낮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2일 03시 00분


2015년보다 최대 25% 수준에 그쳐… 개인신용 등 여신심사 강화될 듯

내년부터 시중은행에서 대출받기가 까다로워진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하고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면서 시중은행들이 내년도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크게 낮췄기 때문이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NH농협 IBK기업 등 6대 시중은행은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5% 수준으로 잡았다. 특히 올해 가계대출이 15.1%(약 12조 원)나 증가한 우리은행은 내년도 목표치를 4.3%(약 4조 원)으로 대폭 낮춰 잡았다. 우리은행의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은 2013년 7.3%, 2014년 12.2%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미국 금리인상과 가계부채 관리 강화의 영향을 고려해 내년 목표치를 보수적으로 잡았다”며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우량고객에 대한 신용대출을 활성화해서 수익성을 높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KEB하나은행도 올해 가계대출이 전년에 비해 7.2%(약 5조7000억 원) 늘었지만 내년에는 목표치를 3.5%(약 3조 원)로 낮췄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도 내년 목표치를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올해에 비해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11.5%(약 9조 원)로 안심전환대출 유동화 금액(약 4조3000억 원)을 포함하며 증가율이 17%에 달한다. 국민은행도 일반 가계대출 증가액(약 3조6000억 원)과 안심전환대출 유동화 금액(약 8조6000억 원)을 합치면 올해 증가율이 전년 대비 11.4%로 높은 수준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아직 목표치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내년 증가율은 올해보다 확실히 줄어들 것”이라며 “내년도 가계대출 증가분은 안심전환대출 유동화 금액을 포함한 올해 증가분의 절반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은행의 내년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는 5.9%(약 4조3000억 원)다. 안심전환대출을 포함한 올해 가계여신 증가율 9.5%(약 7조6000억 원)보다 3.6%포인트 낮춰 잡았다. 올해 가계대출이 4.2%(약 1조2000억 원) 증가한 기업은행은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내년도 목표치를 결정할 예정이다.

시중은행들이 내년 가계대출 목표치를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대폭 낮추기로 한 것은 미국 금리인상의 영향으로 글로벌 금융환경이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다. 신흥국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 국내 경기가 둔화되고 기업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

정부가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가계부채 관리에 적극 나선 것도 은행권의 내년 가계대출 목표치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은 12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내년부터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가계대출#은행#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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